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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나이 차별 말라는데 40대 신입행원 채용하나…머리 싸맨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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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나이많은 신입행원에 업무지시 편히 못내려…고객도 불편해할 것"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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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가 신입행원을 공개채용할 때 성별, 출신학교, 출신지뿐 아니라 연령까지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의 ‘채용절차 모범규준’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신입행원으로 지원해 필기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는데 면접에서 떨어지면 불공정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중년을 신입행원으로 채용하자니 업무 지시 등 실제 업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3일 머니투데이가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주요 은행들을 조사한 결과 은행들은 이전에도 신입행원 공채시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40대 이상이 채용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신입행원 대부분은 대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고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등을 취득한 경우를 감안해도 30대 중반을 넘지 않았다. 일부 은행에 30대 후반이 신입행원으로 들어온 적이 있지만 파생상품 분야 등 전문직에 한했다.

신입행원 중 40대 이상이 전혀 없었던 이유는 그간 40대 이상 지원자가 많지 않았던데다 혹 지원하더라도 서류전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채용 공고 때 연령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실제 서류전형에서는 암묵적으로 고연령자를 차별해왔다는 의미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신한은행은 2013년 상반기 신입 공채 때 채용 공고에는 연령에 따른 차등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1989년 이후 출생자는 5점을 주고 1985년 12월 이전 출생자는 1점만 줬다. 2016년 상반기 공채 때는 남자는 1988년 이전 출생자, 여자는 1990년 이전 출생자를 서류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이번에 마련된 모범규준은 개인정보 평가시 성별, 출신학교, 출신지, 신체조건, 연령 등을 점수화하지 못하도록 했다. 서류심사에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지원자를 걸러낼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은행이 필기시험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40대도 서류심사와 필기전형을 통과해 면접까지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면접 때도 출신학교나 나이 등 개인정보는 면접관에게 공개되지 않아 동안 40대는 실제 채용될 가능성도 있다.

한 은행 인사 담당자는 “면접은 대면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면접관이 나이가 많은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줄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면접관이 지원자의 나이를 알 수 없어 얼굴 등 외모로 나이를 추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으로선 고연령자가 면접에서 대거 탈락할 경우 나이로 차별했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부담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서류 및 필기전형을 통과하면 정량적인 요건은 모두 충족했다고 보고 실무자 면접에서는 기존 전형을 무시하고 실무 적합성과 인성, 자세 등을 원점에서 평가한다”며 “문제는 필기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고연령자가 면접에서 떨어지면 나이로 차별했다는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면접에 필기시험 점수를 반영하면 공무원 채용처럼 면접에서는 결격자만 제외하고 필기시험 점수순으로 뽑는 그야말로 ‘은행고시’가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채용비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은행들이 상징적으로 40대를 신입행원으로 뽑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나이가 많은 지원자들을 떨어뜨릴 경우 불합격 이유를 밝혀야 하는 등 번거로운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는데 40대를 한 명이라도 합격시키면 연령 차별 논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40대면 은행에서 과·차장급인데 과·차장급 나이의 신입행원과 일하면 업무 지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직급에 따른 결정권이 명확해야 금융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는데 나이가 많은 신입행원에게는 편안하게 업무 지시를 내리지 못할 것 같다”며 “신입행원이면 창구직을 거쳐야 하는데 고객들도 나이 많은 행원을 불편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정 기자 roseha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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