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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법농단' 수사 초읽기, '셀프 재판'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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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the L] 대법원 수사의뢰 무관하게 수사진행 가능, 특별재판소·국정조사·국민참여재판 통한 재판 진행 전망

머니투데이

김명수 대법원장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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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전·현직 법관에 대한 수사 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르면 이번 주중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 의뢰 여부를 포함한 후속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 대법원장이 법관 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직접 수사를 의뢰할지,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내놓는 선에서 그칠지만 남았을 뿐이다.

김 대법원장은 그간 사법부 내 충분한 의견수렴을 이유로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전국 각급 법원의 판사회의나 전국법원장회의, 전국법관대표회의, 그리고 지난 12일에 열린 대법관 간담회에서도 사법부의 입장은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하는 소장파와 수사 의뢰에 부정적인 고위 법관들 사이의 의견대립만 확인됐을 뿐이다.

일단 김 대법원장이 직접 검찰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양 전 대법원장 등 전직 고위법관 뿐 아니라 당시 법원행정처에서 활동한 현직 법관들까지 수사 선상에 오르게 된다. 심각한 내홍을 초래할 위험을 무릅쓰고 수사 의뢰를 할 수 있겠냐는 거다.

실제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지난해 6월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한 것을 비롯해 현재까지 검찰에 사법 농단 의혹 혐의로 접수된 고발 건수가 14건에 이른다.

그간 검찰은 대법원의 수사 의뢰를 거론하며 공을 떠넘겼다. 사법부의 심장을 직접 겨누는 수사를 진행하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소극적으로나마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힐 경우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전국법관대표회의 관계자도 “이미 (사법농단 관련) 고소·고발이 충분히 이뤄졌다”며 “검찰이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수사의뢰를 통해서든, 검찰의 자체수사를 통해서든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면 결국 이번 사태 연루자의 형사 처벌 여부를 정하는 과제가 다시 사법부로 넘어오게 된다. 사법부 내부의 자체 치부를 제 손으로 도려내야 한다는 얘기다. ‘셀프재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 등 일각에서 대안으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내놓는 이유다.

그러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법부로부터 뒷조사를 당한 당사자인 차성안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국정조사는 강제력 측면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고 양 전 대법원장 등 퇴직법관에게는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의 대안으로 언급되는 것이 특별검사와 특별재판소의 설치를 통한 진상 규명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대안으로 특별검사제가 도입된 것처럼 사법농단의 유·무죄를 가릴 기구로 특별재판소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위헌적 발상이라는 반발이 크다. 한 전직 고위 법관은 “현행 헌법 체계에서 가능한 발상이냐”고 지적했고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특별재판소 안에 대해 “대단히 모욕적인 발상”이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현행 제도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국민참여재판이 있다. 국민들이 직접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정하고 재판부가 이를 참조해 판결을 내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2008년 처음 도입된 후 실제 적용사례가 1% 수준에 불과한 국민참여재판 제도가 최근의 사법농단 의혹을 규명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셀프 개혁’만으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우세한 가운데 김 대법원장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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