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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6500만년 전 멸종된 공룡 복제?… 영화에서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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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 '쥬라기월드2'가 지난 6일 개봉 후 1주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993년 쥬라기공원이 처음 개봉한 후 이번까지 다섯 번이나 재탕한 공룡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25년 전과 똑같이 환호했다. 과연 영화처럼 공룡이 부활할 수 있을까. 영화와 함께 과학도 발전했다. 이제는 공룡 복원도 체세포 복제에서 유전자 역진화로 진화 하고 있다.

복제 불가능, DNA 유통기한은 100만년

영국 켄트대의 공룡 연구자인 대런 그리핀 교수는 '쥬라기월드2' 개봉 날인 지난 6일 과학기술 뉴스사이트 '컨버세이션' 기고문에서 "영화 같은 공룡 복제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가장 큰 이유는 복제를 위해 필요한 공룡의 세포핵 DNA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5년 동안 쥬라기공원 시리즈는 한결같이 복제를 통해 공룡을 부활시켰다. 영화의 상상력은 이렇다. 먼 옛날 공룡 피를 빨던 모기가 송진에 갇혀 호박(琥珀) 화석이 됐다. 과학자들은 모기의 피에서 공룡 DNA를 추출해 복제를 시작한다. 1996년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방법 그대로다. 핵을 제거한 난자에 공룡의 DNA를 주입해 복제 배아를 만든다. 이 배아가 공룡 티라노사우루스와 벨로키랍토르로 자란다.



조선비즈

/그래픽=김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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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학자들은 공룡 DNA가 지금까지 원형대로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공룡은 6500만년 전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하면서 멸종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화석 DNA는 2013년 미국 시카고대 베스 셔피로 교수가 찾아낸 70만년 전 말의 DNA이다. 이론적으로는 DNA가 최장 100만년까지는 보존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공룡은 어림도 없는 시간이다.

호박에 갇힌 모기에서 공룡 피를 찾는다는 것도 상상일 뿐이다. 2013년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은 호박에 갇힌 벌에서 DNA를 추출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결국 DNA는 호박에 보존될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설혹 공룡 DNA가 수천만년을 견뎠다 해도 이미 수백만 조각이 난 상태일 수밖에 없다. 그리핀 교수는 "아무리 퍼즐 맞추기를 잘해도 온전한 DNA를 확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역진화는 가능, 공룡화된 닭 탄생

공룡 연구자들은 대신 '살아 있는 공룡'에 주목한다. 바로 새이다. 이융남 서울대 교수는 "악어는 중생대 초기에 이미 공룡과 갈라졌고 조류는 그보다 한참 뒤인 쥐라기 후기에 공룡에서 진화했다"고 말했다. 일부 학자는 조류가 6500만년 전 멸종에서 살아남은 공룡이라고까지 말한다. 쥬라기공원 개봉 이후 깃털을 가진 공룡 화석이 쏟아지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변해버린 유전자를 원래대로 돌리면 새에서 다시 공룡의 모습이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유전자 역진화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브라질과 칠레 연구진은 닭의 수정란에서 특정 유전자를 변화시켜 공룡의 다리뼈를 복원했다. 육지에 사는 척추동물에게는 무릎과 발목 사이 두 개의 기다란 뼈가 있다. 몸 바깥쪽이 종아리뼈이고 안쪽이 정강이뼈이다. 공룡과 닭은 이 뼈가 다르다. 공룡의 종아리뼈는 관 모양으로 발목까지 이어지지만, 새의 종아리뼈는 얇고 편편한 모양에 길이도 짧아 발목에 닿지 않는다. 연구진은 닭의 수정란에서 '인도 고슴도치'라는 별명을 가진 유전자를 억제했다. 그러자 닭의 종아리뼈가 공룡처럼 길게 자랐다.

미국 예일대 바르트 불라르 교수 연구진은 2015년 닭의 부리를 공룡의 주둥이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닭과 키 1.8m의 대형 조류인 에뮤에서부터 악어·도마뱀 등 파충류까지 배아가 자라는 과정을 비교했다. 그 결과 새와 파충류의 얼굴 모양을 결정하는 단백질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닭 수정란에서 부리를 자라게 하는 단백질을 억제했다. 그러자 닭 배아의 두개골 모양이 긴 부리 대신 짧고 둥근 주둥이 형태로 변했다. 연구진은 "배아의 주둥이는 원시 조류나 공룡 벨로키랍토르의 입 모양과 비슷했다"고 밝혔다.

유전자 역진화는 기존 복제 연구의 한계도 극복할 수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 처치 교수는 매머드 복제에 역진화법을 추가했다. 매머드는 얼음 속에 보존된 사체가 많아 복제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막상 복제를 하려다 보니 온전한 세포를 구하기 어려웠다. 대신 처치 교수는 손상된 세포들에서 조각난 DNA들을 모아 매머드의 전체 유전자 지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기준으로 오늘날 아시아 코끼리의 유전자를 교정해 매머드 형태로 바꾸면 복제를 위한 온전한 DNA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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