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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청정지역 비웃듯… 해만 지면 ‘술트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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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천국 연남동 ‘경의선 숲길공원’

일부 맥줏집 돗자리 무료 대여… 수백명 몰려 한밤까지 술판

법적 기준 없어 단속도 못해… 주민-가족방문객 민원 쏟아져

동아일보

12일 오후 경의선 숲길공원에서 돗자리를 펴고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이들 뒤로 서울시가 설치한 ‘음주청정지역’ 현수막이 눈에 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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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음주청정지역인데 진짜 술 마셔도 돼?”

12일 오후 7시경 서울 마포구 연남동. 일명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로 불리는 ‘경의선 숲길공원’에서 맥주와 돗자리를 든 남녀가 머뭇거렸다. 공원에 설치된 ‘이 공원은 음주청정지역입니다’라는 현수막 앞에서였다. 하지만 공원에는 이미 돗자리를 펴고 맥주를 마시는 100여 명의 인파가 가득했고 이 커플도 이내 자리를 펴고 앉았다.

서울시가 올해 1월부터 경의선 숲길공원과 서울숲공원 등 22개 직영 공원을 음주청정지역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공원은 여전히 ‘주당’들로 시달리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음주 관련 민원으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경의선 숲길공원. 공원 양옆에 들어선 테이크아웃 술집들로 공원 내 음주가 유행처럼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경의선 숲길공원 내 음주로 인한 민원은 11일 현재 30건에 이른다. 이 중 15건이 이달 들어 접수됐다.

1일 숲길공원에 문을 연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 ‘제주맥주’가 고객에게 돗자리와 의자, 전등 등을 무료로 대여해 사실상 야외영업을 하며 관련 민원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편의점 등에서 술을 사와 마시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공원 바로 뒤에 있는 주택가 주민들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배남현 서부녹지사업소 공원운영과장은 “지난해 13건의 민원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열흘 사이 작년 한 해만큼의 민원이 몰린 셈”이라며 “마포구와 함께 단속을 철저히 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흡연과 달리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는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단속 실효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청정지역에서는 서울시 조례에 따라 음주 뒤 소음이나 악취 등 혐오감을 주는 이에게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소음과 혐오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시행 6개월간 단속 건수는 없다.

이성남 서울시 건강생활팀장은 “공원 바깥에서 술을 파는 행위를 단속할 수 없고 음주 자체도 불법이 아니라 관리가 어렵다”며 “공원은 모든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건강증진법을 개정해 모든 공원을 금주공원으로 지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