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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바람 속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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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수진영 대권 주자 꿈 다시 펼칠지 주목

초반 열세 딛고 인물론으로 승부 걸어

“4년간 당적 갖지 않겠다”는 약속도 관심



한겨레

원희룡 무소속 제주지사 당선자가 13일 밤 늦게 제주시 이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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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저를 끝까지 지켜주신 것은 도민입니다. 저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제주도민 모두의 승리입니다. 앞으로 제주가 커지는 꿈을 위대한 제주도민과 함께 만들어가겠습니다.”

격전을 치른 원희룡 무소속 제주도지사 당선자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제주가 민주당 텃밭임에도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승리로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 주자로 다시 떠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원 당선자는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였던 문대림 민주당 후보에게 뒤졌으나, 중반 이후 막판까지 계속 상승세를 탔다. 개표가 76.1% 진행된 14일 새벽 1시께 원 당선자는 52.3%를 얻었다.

이번 원 당선자가 무소속으로 당선됨으로써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다시 한번 당선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원 당선자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으로 당선됐으나, 2010년, 2006년 지방선거에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제주도는 민주당이 강한 지역이다. 국회의원 3개 선거구 모두 민주당이 4번 연속 당선됐을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도가 높고, 최근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역시 높은 상황이다. 결국 원 당선자는 민주당 후보의 상대적인 부진으로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된다. 문 후보는 민주당 당내 경선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고, 원 당선자가 제기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골프장 명예회원 논란 등 여러 의혹을 해명하지 못한 채 도덕성과 자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반면, 원 당선자는 지난 임기 동안 중앙 정치만 바라봤고 도민과의 접촉이 미흡했다는 비난을 사과하는 대신 ‘인물론’으로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 원 당선자는 제주지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제주도에서 도덕성, 진정성, 정책 생산 능력, 준비 정도를 고려하면 원희룡이 문 대통령과 함께 일을 더 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 입당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50대 이상의 주민들에게는 학력고사 전국 수석, 사법시험 수석 출신의 원 당선자를 ‘큰 인물’로 키워야 한다는 정서도 지난 선거에 이어 먹힌 것으로 분석된다.

보수 진영이 지리멸렬한 가운데 살아남은 원 당선자의 차기 행보도 관심거리다. 3선 국회의원에 재선 제주지사가 된 원 당선자는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비상할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선거 기간 언급했던 ‘민주당 입당 가능성’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차기 대선 주자들이 많은 여권보다는 보수 진영에서 그의 몸값이 더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 후보는 선거 기간에 “중앙 정치를 곁눈질한다는 오해가 있었다. 4년 동안 당적을 갖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중앙 정치에 몸을 담글 가능성이 커졌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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