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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12일 북·미 역사적 담판… ‘완전한 비핵화’ 큰 걸음 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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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 명문화·이행 확실히 해야 / 합의 이뤄져도 숱한 난관 예상 / 우리 안보이익 침해 않도록 경계

오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운명을 놓고 역사의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냉전의 마지막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세기적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이제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염원하는 전 세계인들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도록 두 지도자가 서로의 요구를 통 크게 주고받는 담대한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의 바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어제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는 평양 귀환 후에 보도했지만 이번엔 외유 도중에 보도한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매체들은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미(북·미)관계를 수립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문제,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했다. 북·미 관계 개선과 체제 안전보장이 비핵화보다 우선적인 관심사임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 도중 기자들에게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 글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는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판문점 실무회담을 벌여온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어제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겨 북한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 등이 담길 회담 합의문 초안을 놓고 최종 조율작업을 벌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오늘 단독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담판을 벌이게 된다. 실무회담에서 공백으로 남겨둔 부분을 두 정상이 과감한 결단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비쳤던 종전 합의 가능성 등이 회담에서 깊이 있게 논의될지도 관심사다.

비핵화는 명확한 목표와 구체적인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실현될 수 있다. 북·미 정상은 회담 합의문에 CVID를 명문화하고 세부적인 사찰·검증 방식 등 합의 이행 장치를 못 박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두루뭉술한 합의를 도출했다가 좌초됐던 과거 북핵 협상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게 된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고 나서 북한 체제 안전보장 등의 보상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실리만 추구하다가 겉만 번지르르한 추상적 합의 도출에 그치면 한반도 평화정착은 오히려 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후속 회담 등에서 숱한 난관이 돌출될 소지가 있는 만큼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 안보 지형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급변할 것이다. 정부는 냉철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대처해야 한다. 특히 주한미군이나 한·미 동맹의 위상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자칫 북·미 회담의 급류에 휩쓸려 우리의 안보이익이 실종되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북핵 문제의 당사자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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