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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차 한잔 나누며] “여야 떠나 국가의 미래 고민… 융합연구 추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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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미래연구원 박진 초대원장 / 국가비전 수립할 싱크탱크 역할 / 장기적 시야로 지속성 갖고 연구 / 이사진, 여야 공동 추천으로 구성 /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시비 방지 / 대외전략·성장동력 등 집중 연구 / 성과는 국회구성원·언론에 공유

해외에는 국가미래 비전을 수립하는 의회 산하 ‘싱크탱크’가 여럿 존재한다. 미국의 미국평화연구소와 우드로 윌슨센터, 영국의 스코틀랜드 미래포럼, 핀란드의 시트라·미래연구소 등이 그런 기관이다. 의회가 설립했거나 의회 예산으로 변화하는 미래사회를 선제로 대비하는 연구를 수행한다. 특히 핀란드에서는 의회 내 미래위원회가 30년 뒤의 국가 미래를 논의하고, 신임 총리는 취임 직후 위원회에 15년 뒤 미래비전을 제시하는 전통이 내려져 온다.

세계일보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이 11일 국회 집무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회엔 여야가 공존해 국가 미래에 대해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며 설립 취지 및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이재문 기자


최근 우리나라 국회도 미래를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했다. 지난달 28일 첫발을 뗀 ‘국회미래연구원’이 그곳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미래 환경 변화를 예측·분석하고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국회 출연 연구기관이다. 국회 차원의 정책역량 강화뿐만 아니라 현행 국가 미래 연구체계의 한계를 극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 초대 원장은 11일 국회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국회미래연구원은 초당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국가 미래를 연구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행정부의 연구기관들도 전문성을 갖췄지만 5년 단임의 대통령제하에서는 부처 현안을 연구하는 데 매달려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 시야로 먼 미래를 연구하는 건 가끔 이뤄지지만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국가 미래를 다루는 곳이 없다”고 설립취지를 설명했다.

박 원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중 국회미래연구원장 공모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그는 민간 싱크탱크인 미래전략연구원 제3대 원장을 지냈고 KDI 신경제 장기구상, 참여정부 비전 2030 등의 연구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여러 기관에서 일하며 이상적인 연구기관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국회미래연구원이 딱 그에 맞았다”며 초대 원장 임기는 2년인데 이 안에 연구 기반을 잘 닦아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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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내 마련된 연구원인 만큼 연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박 원장은 “우리는 정권과 초연하게 정말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원을 관리감독하는 이사회가 여야 공동 추천 이사진으로 구성되는 만큼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는 없을 것이라는 게 박 원장 설명이다.

지금의 국회미래연구원은 원장을 포함해 9명의 연구진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학과 공학, 생물학, 지리학, 법학, 정책학, 공중보건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수십 명의 박사가 모여 있는 다른 국책연구기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너무 적은 규모다. 박 원장은 국회미래연구원을 외부와의 협업을 최대한 활용하는 ‘네트워크형 연구기관’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박사 8명으로 정치, 경제, 행정, 문화, 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하기는 사실 굉장히 벅차다”며 “우리가 중심을 잡지만 홀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연구기관, 대학교수들과 같이 작업해 그분들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연구원은 앞으로 크게 4가지 이슈에 집중할 예정이다. 국제 전략과 남북통일 등이 포함된 대외 국제전략, 경제학 등 성장동력 및 과학기술, 에너지 환경 등 지속가능발전, 노동과 복지 이슈를 다루는 삶의 질 등이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국회미래연구원을 공통분모로 머리를 맞댄 만큼 다양성과 융합성을 최대 강점으로 살리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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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장은 “정부출연기관 중 KDI가 그나마 경제학 전 분야에 걸쳐 있고 나머지 싱크탱크는 각자 특정 전문분야에 집중한다”며 “이렇게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기관은 여기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융합연구가 가능한 곳이라는 장점을 십분 살리겠다”며 “프로젝트 수행할 때도 혼자 하지 말고 적어도 2∼3명이 공동으로 수행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앞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브라운 백 세미나’를 열어 연구성과를 적극 공유할 방침이다. 박 원장은 “금요일 점심마다 외부강사를 초청해 국회의원, 보좌진, 국회 직원 등 샌드위치를 함께 먹으며 지식을 축적하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연구결과는 무의미하다고 본다”며 “챕터로 나누어 단계별로 연구성과가 나올 때마다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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