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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CO₂의 재발견…의약품·베이킹파우더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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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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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 기상 이변을 초래하는 지구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면서 온실가스 농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최근 지난해 '전 지구 연간 온실가스지수'가 1.41을 기록해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온실가스가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1990년 이후 41%나 증가했다는 얘기다.

온실가스에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이산화질소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80%로 가장 크다. 이산화탄소의 전 지구 연간 평균 농도는 1990년 354PPM에서 지난해 14% 증가한 405PPM으로 뛰어올랐는데 산업 발전에 따른 화석연료 사용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지만 농도가 오히려 최고치로 치솟고 있는 것은 그만큼 배출량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배출량을 줄일 수 없다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식물 생장에 이용하거나 의약품을 만드는 등 유용한 방식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줄이면서 동시에 유용한 자원을 생산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자는 전략이다. 스위스 취리히공대 연구진이 설립한 벤처기업 클라임웍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온실로 보내는 상용화 설비를 개발했다. 이산화탄소를 온실에 넣으면 작물의 광합성 능력이 향상돼 성장이 빨라진다. 이산화탄소를 식물 재배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또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한 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수소, 산소, 탄소를 결합시키면 화학제품이나 연료와 같은 유용한 탄소 자원으로 바꾸는 게 가능하다. 문제는 이산화탄소 구조가 안정적이어서 반응을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화학 반응을 좀 더 쉽게 유발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11년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이온성 액체를 이용해 적은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연료로 바꿀 수 있다는 기술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최근에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이산화탄소를 수증기에 녹인 뒤 촉매 표면에서 반응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시스템보다 저렴하게 유용한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화학 분야 권위지 '앙케반테 케미' 최신호에 논문으로 게재했다.

박기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수증기에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으면 기체 상태로 퍼지는 만큼 촉매와 닿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반응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며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방식에 비해 에너지를 절반만 이용하더라도 이산화탄소를 '개미산'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미산은 비타민과 같은 의약품을 비롯해 방부제, 염색제, 응고제 등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내년부터 본격 연구에 들어가 2021년까지 상업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박 연구원은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상용화를 앞당기고 세계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을 줄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감옥에 가두듯 '포집해서 저장'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됐다. 노르웨이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 주범이라고 밝혀지기 이전인 1970년대부터 이산화탄소 저장 기술을 개발해 왔다. 가스를 채취할 때 이산화탄소가 함께 나오는데 이를 분리해 내야만 질 좋은 연료를 생산할 수 있어서다. 노르웨이는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을 활용해 연간 100만t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고 있다. 다만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묻을 지역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칫하다간 땅속으로 밀어넣은 이산화탄소가 새어 나올 수도 있어 인근 주민들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신영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산화탄소지중저장연구단장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어 기술 검증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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