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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또 찾아온 우기…90만 로힝야족 난민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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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미얀마군의 '인종청소'를 피해 온 로힝야족 난민 90만명 이상이 수용된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우기(雨期)가 찾아와 산사태와 홍수 등의 위험이 눈앞에 닥쳤다.

11일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밤부터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촌에 올해 처음으로 계절풍(몬순) 강우가 시작됐다.

연합뉴스

천막 아래서 비 피하는 로힝야족 난민 [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강수량은 138㎜에 그쳤지만, 이로 인한 산사태와 강풍으로 적어도 5채의 가건물이 파괴되고 일부 도로가 침수되면서 구호 물품 수송과 난민들의 이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난민촌 관계자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난민 대다수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대나무와 비닐 등으로 얼기설기 지은 로힝야족 난민의 임시 주거시설은 민둥산 꼭대기부터 비탈을 거쳐 저지대까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난민촌이 있는 방글라데시 남동쪽은 앞으로 3개월간 강력한 사이클론이 불고 누적 강우량도 2.5m에 달할 것으로 예보됐다.

캐롤라인 글룩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산사태와 홍수 위험이 매우 큰 지역에 있는 난민 20만명 가운데 지금까지 덜 위험한 곳으로 이동한 난민은 2만9천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UNHCR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자료를 토대로 우기에 난민 10만명가량이 산사태 또는 홍수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난민촌에 땅을 파고 만든 간이 화장실이 넘쳐서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이 유행할 위험도 지적됐다.

지난해 우기 때 콕스바자르와 근처 치타공 언덕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최소 170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도 지난 5월 초 콕스바자르의 쿠투팔롱 난민촌에서 땔감을 구하러 나섰던 난민 소녀 1명이 흙더미에 깔려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로힝야족 난민 대다수는 지난해 8월 미얀마군과 이슬람 반군 간 유혈충돌을 피해 국경을 넘어왔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서부 라카인 주에서는 지난해 8월 미얀마 군경의 로힝야족 반군 토벌작전 와중에 수천 명이 살해됐다. 또 70만명에 이르는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난민들은 정부군이 성폭행과 방화, 고문 등을 무기로 자신들을 국경 밖으로 몰아냈다고 주장했고,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런 미얀마군의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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