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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伊 이어 브라질도 휘청…정치 혼란 속 대규모 파업이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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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 시각) 브라질 금융시장의 혼란이 뉴욕 등 국제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투자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탈리아에 이어 신흥국 혼란이 투자 자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2.28% 오른 달러당 3.926헤알로 마감했다. 이는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은 "(헤알화의 가치가) 이틀간 4% 추락하고, 올해 2분기 들어서만 15% 급락했다"며 "브라질 경제와 헤알화의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헤알화 가치는 2016년 3월1일(3.941헤알) 이후 2년 3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음에도 환율이 급격히 떨어져 충격이 더 컸다. 보베스파 지수 등 주요 주가지수도 3%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금유출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극심한 노사 분규 등 브라질 국내 원인도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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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트럭 노조의 파업으로 도로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BBC


◇ 트럭 노조 파업의 ‘나비효과’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트럭 운수 노조 파업이 대표적이다. 트럭 운수 노조는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경유 값 상승에 반발해 정부에 가격 인하를 요구 중이다.

문제는 대규모 파업으로 인해 물류가 장기간 차질을 빚으면서 닭 가공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사료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지금까지 7000만마리의 닭이 도살처분됐다. 이는 전체 닭 공급량의 7%에 달하는 수치다.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제2의 닭고기 생산처라서 세계 닭고기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 재계는 트럭운전사 파업으로 주요 20개 업종에 걸쳐 750억 헤알(약 2조17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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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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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노조의 파업은 다른 분야의 파업으로도 번졌다. 자동차 노조 파업으로 주요 공장의 생산이 1주일간 중단된 탓에 평균 생산량도 5만대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생산량의 1.9%에 달한다. 광공업 분야의 파업으로 철강 등 광물 수출량도 6%가량 감소했다. 브라질 상공부에 따르면 지난달 파업 기간 중 하루 평균 수출량은 평년 대비 4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노조도 지난달 트럭 운수 노조의 파업을 계기로 파업을 벌이며 최고경영자(CEO)의 사퇴를 요구했다. 갈등 끝에 결국 CEO가 퇴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으나 석유 생산량이 줄어드는 한편, 주가가 30% 넘게 떨어지는 홍역을 치렀다.

◇ 룰라 前 대통령 옥중 출마 가능성

브라질 정치권이 혼란스러운 점도 금융·실물 경기 후퇴를 부추기고 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올해 77세인 테메르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중반 좌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리고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여러 차례 제기된 부패 의혹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연방검찰은 지난해 6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테메르 대통령을 부패혐의로 기소했으나 연방하원이 전체회의 표결을 통해 부결시키면서 부패혐의 재판을 피했다. 테메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이뤄지려면 연방하원 재적 의원 중 3분의 2인 342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당시엔 이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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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


이런 가운데 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부패 혐의로 구속된 룰라는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노동자당은 룰라 전 대통령의 옥중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대로 룰라 전 대통령이 옥중 출마해 당선되면 브라질 정국은 극심한 혼란에 처할 전망이다. 지지율 1위 후보가 영어의 몸이기 때문이다. 카르멘 루시아 연방대법원장은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도 당선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선거 업무를 총괄하는 연방선거법원은 지난주부터 룰라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와 당선 가능성에 관한 문제를 놓고 협의했다. 법원 결정 여부에 따라 그의 출마와 당선 가능성이 판가름난다. 서서히 살아나는 브라질 경제가 정치 불안정에 발목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브라질 내 이코노미스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브라질 중앙은행이 올해 브라질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2.5%로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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