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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밀착카메라] 산 넘고 바다 건너…머나먼 '투표소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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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

[앵커]

투표 날이면 '투표소'까지 다녀오는 데 한 나절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간 마을이나 섬에 사는 주민들입니다. 투표하러 가는 길이 워낙 험난해서 투표를 포기하려는 분들도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산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요새로 불리는 영월.

그중에서도 만경대 산자락의 폐광촌 마을 주민들은 선거철이면 투표할 걱정이 앞섭니다.

[김두하/마을 주민 :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투표는 당연히 해야 되잖아 그래. 가기는 꼭 가야 하지. 근데 교통이 이렇게 안 좋으니까.]

이곳 주민들이 투표를 하는 길을 한번 버스를 타고 같이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옆에 두고 버스가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갑니다.

면사무소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이 조금 넘습니다.

이 버스는 하루에 4번밖에 다니지 않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지만, 버스를 한번 타기만 하면 투표소 중 하나인 김삿갓 면사무소에 도착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공지된 투표소까지 가려면 이곳에서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고 다시 한번 가야 합니다.

갈아타야 할 버스도 하루에 7번밖에 다니지 않습니다.

2번씩 왕복 총 4번, 버스를 타고 투표소에 다녀오면 한나절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현수기/마을 주민 : 나는 (차가 있는)목사님 안 가시면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가 살아온다 해도(투표장에) 못 가.]

[심순희/마을 주민 : 차 없으면 못 가죠. 뭐 어떻게 가.]

주민들은 접근이 쉬운 면사무소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를 원합니다.

[영월 선관위 관계자 : 선거 인수를 적절하게 분배해야 하잖아요. 불편한 건 분명히 있겠지만 모든 걸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섬이 많은 전남 신안군에는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은 섬만 28개, 거주하는 유권자가 1000여 명 입니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선관위 규칙에 정한 외딴 섬에 사는 사람은 거소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이 거소투표신고서를 작성한 뒤에 우편으로 보내고, 투표용지를 기다리면 되는데 대부분의 섬은 거소투표를 할 수 있는 외딴 섬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섬은 사정이 낫지만, 교통이 불편한 작은 섬들이 문제입니다.

각각 상태도, 중태도, 하태도라고 불리는 신안의 섬마을에는 투표소가 하태도 1곳 뿐입니다.

상태도와 중태도에는 여객선이 직접 정박하지 않습니다.

배와 섬을 연결하는 또 다른 배, 종선을 타야 합니다.

[김태묵/상태도 이장 : 우리나라에서 종선 있는 곳이 상태도, 그다음에 만재도, 다물도 세 곳입니다.]

종선을 타고 나가 하루에 1번 지나는 여객선을 타야 투표소에 갈 수 있습니다.

[오진주/상태도 주민 : 안 간다고 한 사람도 있어. 못 가. 다리 아파서 못 가.]

옛날에는 투표 날이면 이런 어선을 빌려 타고 투표소로 향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금지됐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도선 면허가 있어야만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대선 당일에는 파도가 높아 아예 배를 타지 못했습니다.

해경의 경비정을 타고 투표종료 1시간 전에야 간신히 기표를 마쳤습니다.

[김금단/상태도 주민 : 그 배로 가서 못 내리고 업어 내리고 사람 손잡고 내리고…또 거기서 배를 타고 내리고 힘들지요. 혼났어요.]

중앙선관위는 거소투표소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선관위 관계자 : 사전투표소나 투표소에 전혀 올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멀거나 이런 조건들을 충족해야 외딴섬으로 지정이 (됩니다.)]

한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한다는 평등선거의 원칙.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지나치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면 진정한 평등선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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