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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단독] `정족수 미달 무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회의 의장단, `형사조치 필요성` 강조한 편향 이메일 돌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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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된 서울중앙지법(원장 민중기) 부장판사 회의 의장단이 회의 재개를 앞두고 관련자 형사조치 필요성만을 상세히 강조한 이메일을 돌려 논란이 일고 있다. 규모와 인적 구성 면에서 전국 법관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력이 큰 서울중앙지법에서 법관들의 참여 독려를 넘어 회의 결과를 유도·조장했다고 해석될 수 있어서다. 부장판사회의 의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핵심인 이동연 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26기)다.

부장판사회의 의장단은 4일 저녁 8시께 소속 부장판사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전날 오전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뒤 오후 5시 40분 재차 회의를 열었다가 정족수(참석 대상 113명의 과반 출석)를 못 채우고 무산된 직후였다.

의장단은 이메일에서 엄정한 책임 규명과 수사 촉구 등 어제 회의에서 표결하지 못한 안건들을 제시한 뒤, 그 제안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의장단은 "각종 고발의 존재, 사안의 중대성과 위험성, 임의조사의 한계, 의혹의 피해자 존재, 국민들의 비판, 언론과 정치권의 움직임, 선제적인 대응의 필요성 등 현재 수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사촉구가 없을 경우 '결국 판사들은 한통속이다. 법원 스스로에게 맡겼더니 면죄부만 준다. 법원에 대한 외부개혁이 필요하다. 이래서 사법평의회가 필요하다'는 등의 사법부에 대한 지속적이고, 점증하는 비난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전날 회의에서 이견이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참여 독려를 넘어, 한 쪽 의견만 강조한 이메일을 보낸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날 회의에선 과거 법원행정처 출신이나 일부 온건파 판사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왜곡될 것을 우려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후 열린 회의에선 "결의문에 형사 조치 요구를 넣어야 한다"는 강경파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잘못됐다는 의견으로 충분하다"는 온건파가 격론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의장단은 이메일에 형사 조치에 반대하는 주장과 그 이유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담지 않았다. 의장단은 이메일 말미에 "메일에 담긴 제안이유나 의결안도 그야말로 제안사항에 불과하니 그 내용이 마치 부장판사회의의 의결내용인 것처럼 외부에 비춰지지 않도록 신경 써 달라"고만 적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전날 오전 회의에는 참석했다가 오후 회의에는 사정이 있어 가지 못했는데, 이메일이 온 것을 뒤늦게 봤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래도 강경론이 목소리를 크게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무언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회의는 5일 오전 11시 40분 다시 열린다. 하지만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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