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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탈리아發 세계금융불안 진정…남은 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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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마타렐라 대통령-오성운동, 한발씩 물러서…금융시장도 안정, 재선거 시기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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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을 흔들던 이탈리아의 정정 불안이 일단 진정됐다. 역대 최장 기간의 무정부 상태 해결의 실마리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다만 근본적인 처방이 쉽지 않아 당분간 이탈리아발 금융위기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발씩 물러선 양측…정치 불안 소강상태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정부 구성을 놓고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과 갈등을 빚던 최대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는 이날 오전 대통령궁을 찾아 마타렐라 대통령과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디 마이오 대표는 "조기총선과 대통령 탄핵 요구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또 정정불안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반(反)EU 성향의 파올로 사보나 경제장관 지명과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탈퇴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마타렐라 대통령도 오성운동, 동맹당과의 협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음 선거전까지 과도 중립 내각을 이끌 임시 총리로 국제통화기금(IMF) 고위관료 출신인 카를로 코타렐리를 임명했지만 이를 밀어붙이기 전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정부 구성을 논의할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앞서 반체제, 반이민을 기조로 내세운 오성운동과 동맹이 천거한 콘테 전 총리 지명자는 마타렐라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내각 구성에 착수했지만 사보나의 경제장관 임명을 대통령이 거부하자 즉시 사퇴했다. 이후 지난 3월 총선을 통해 의회 과반을 차지한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조기총선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했다.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 정당인 오성운동과 극우성향 동맹당의 연정으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던 금융시장은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우려까지 더해지자 크게 흔들렸다. 이탈리아 2년물 국채금리가 하루 사이 두 배 넘게 급등하면서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면서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유로화 가치가 반등했고, 이탈리아 국채수익률도 내림세로 돌아섰다. 30일 정보제공업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장 중 한때 2.9%를 넘겼던 이탈리아 2년물 국채수익률은 내림세로 돌아서며 1.7%대로 떨어졌다. 약 4년 만에 3% 위로 치솟았던 10년물 수익률도 다시 2%로 내려갔다. 이탈리아 증시의 대표지수인 FTSE MIB도 2% 넘게 반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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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거 시기가 변수…이탈렉시트 우려 다시 불거질 수도

오성운동과 동맹당이 코타렐리 체제를 인정하더라도 군웅이 할거하는 이탈리아의 현재 정치 상황에서 재선거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관선은 재선거 시기다.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한 채 조기총선이 이르면 7월에 치러질지, 아니면 마타렐라 대통령의 제안처럼 중립내각 구성 후 안정을 찾은 뒤 내년 초에 할지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조기총선을 통해 오성운동과 동맹이 정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최근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오성운동은 3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맹 지지율은 3월보다 8%포인트나 오른 25%에 달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선거에서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면 이탈렉시트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은 연정 협상 초기 유럽중앙은행(ECB)의 매입국채 2500억유로 탕감(314조7950억원)과 유로존 탈퇴 등을 논의했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였던 올리비에 블랑샤르 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는 미국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정치적 혼란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유럽 전체는 아마도 괜찮을 듯 보이지만 이탈리아는 매우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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