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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SPO 시선] '2년 반' 펩-무리뉴-퍼거슨 뛰어넘은 지단, 레알에 가장 잘 맞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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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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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지네딘 지단 감독이 3번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둔 감독이 됐다. 그는 레알마드리드에서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고 불과 2년 반 만에 주제프 과르디올라, 주제 무리뉴, 알렉스 퍼거슨까지 손에 꼽는 명장들이 거뒀던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뛰어넘었다.

레알마드리드는 27일(한국 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NSC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리버풀을 3-1로 꺾고 3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단순히 최강의 클럽을 이끌기 때문이 아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있지만, 레알이 UCL 우승을 거두기까지 상대했던 팀들 역시 그에 못지 않았다. 파리생제르맹, 유벤투스, 바이에른뮌헨까지 모두 자국 리그를 우승한 팀이다. 여기에 호날두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가 버틴 FC바르셀로나도 8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른바 '객관적 전력'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축구에서 결과가 그대로 나올 리가 없다.

지단 감독도 장단점이 뚜렷하다. 이번 시즌 리그에선 분명 부진했다. 3위로 시즌을 마감하긴 했지만 1위 바르사에 승점 17점이나 뒤졌다. 그 때문에 거취 문제가 계속 불거졌던 것도 사실. 하지만 지단 감독은 자신이 감독으로 참가한 UCL을 모두 우승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감독 부임 2년 반 만에 빅이어를 3번이나 들면서, 주제프 과르디올라, 주제 무리뉴, 알렉스 퍼거슨까지 손에 꼽는 명장들을 우승 횟수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대체 지단 감독은 어떤 강점이 있기에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 '무정부 상태' 전술적 특징이 없는 것의 역설

레알은 뚜렷한 축구 철학이 있는 팀은 아니다. 라이벌 클럽 FC바르셀로나가 '라 마시아'를 설립해 자신들의 축구에 어울리는 인재들을 꾸준히 발굴, 육성해온 것과 다른 행보다. 이번 UCL 결승에 나선 선발 출전 선수 가운데 레알 유스 팀 출신은 오른쪽 풀백 다니 카르바할과 부상 이탈 뒤 공백을 메운 나초 페르난데스뿐이다. 카르바할도 프로 선수로 본격적인 빛을 본 것은 분데스리가였다. 이스코는 발렌시아 출신, 세르히오 라모스조차 세비야 유스 팀 출신이다.

그래서 레알은 뚜렷한 전술적 특징이 없고 감독의 역량에 의지하는 바가 크다. 영국 정론지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레알 베티스의 감독 키케 세티엔은 레알을 '무정부 상태(Anarchy)'라고 지칭하면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백을 두고 카세미루가 출전하겠지만 뚜렷한 형태가 없다고 말했다. 확고한 전술적 틀이 레알의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 조합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것이 레알의 저력이라는 설명이었다.

실제로 이번 시즌 레알을 다양한 전술을 활용했다. 전임 카를로 안첼로티와 라파엘 베니테스가 즐겨 쓰던 4-3-3을 비롯해, 이스코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는 4-3-1-2, 호날두가 최전방에 배치되는 4-4-2까지 다양하게 활용했다. 포백 전술을 활용하긴 하지만 선수 조합에 맞춰 변화무쌍했다.

지단은 비교적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리그는 UCL에 비해 분명 많은 변수가 있다.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집중력 저하를 겪을 수 있고 중요 경기에 비해 분명 주전들의 이탈 가능성도 크다. 부상도 중요 변수다. 꾸준한 경기력이 중요한 리그에선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지단 감독은 UCL에 완벽히 집중했다. 최적의 조합을 UCL에 맞춰서 냈고, 선수들 컨디션 조절도 마찬가지였다.

◆ 경기 흐름을 읽는 지단의 눈과 교체 카드 사용

결승전에서도 유연한 전술 변화로 승기를 잡았다. 처음은 이스코를 출전시키는 4-3-1-2로 경기를 운영했다. 리버풀의 공세에 대처하면서 전반을 잘 넘기자, 지단 감독은 경기 컨셉을 바꿨다.

여기에 흐름을 정확히 읽고 교체카드로 흐름을 바꾸는 지단 감독의 능력이 발휘됐다. 후반 16분 이스코를 빼고 가레스 베일을 투입했다. 전방 압박을 펼치는 리버풀의 체력 저하를 고려한 선택이었다. 베일은 이스코에 비해 수비력이나 패스 연결에선 약점이 있지만, 더 직선적이고 득점에 가담할 수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3분 만에 멋진 오버헤드 킥 골로 지단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지단 감독은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매우 뛰어난 감독이다. 이번 UCL에서도 그 진가는 잘 나타났다. 16강 1차전 PSG와 경기에서 지단 감독은 교체 카드로 경기를 레알 쪽으로 끌고 왔다. 후반 34분 루카스 바스케스와 마르코 아센시오를 동시 투입했다. 교체한 선수는체력이 떨어진 이스코 그리고 중원에서 수비적 무게를 잡는 카세미루였다. 명백히 공격적인 선택. 홈에서 열리는 1차전에서 승리를 잡겠다는 확실한 의지였다. 그리고 적중했다.

4강 1차전 바이에른뮌헨 원정에서도 전반전을 마친 뒤 아센시오를 투입해 귀중한 골을 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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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스타플레이어, 구슬을 자연스럽게 꿴다

선수단을 장악하는 것 역시 지단 감독의 장점이다. 스스로가 세계 최고의 선수였던 지단은 어떻게 선수들을 다뤄야 하는지 알고 있다. 지단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선 역시 레알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잉글랜드 출신 미드필더 스티브 맥마나만이 설명한다.

"내가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 아래 있을 때, 그는 소리치는 지도자거나, 섬세한 훈련을 구성하는 '건축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훈련장을 행복하게 했고, 모두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알았다. 그는 가슴을 울리는 연설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스페인 선수들이 그저 드레싱룸에서 리더가 되도록 했다. 지단은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하고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감독의 능력이다. 호날두 같은 선수에게 무엇을 해야할지 말할 수는 없다. 바르사 감독에게 메시도 마찬가지다." - 스티브 맥마나만

레알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모인다. 강력한 규율을 잡는 감독은 때론 독이 될 수 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이 레알에서 선수들과 불화로 고전했던 것이 먼 일이 아니다. 전술이 확고하지 않은 지단 감독은 선수들끼리 최적의 조합을 찾는 데 익숙하다. 경기 내적으로 선수들의 불만이 쌓이도록 할 일이 적다는 의미기도 하다.

레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UCL 우승이다. 리그 우승 역시 가치가 높지만, 3연속 UCL 우승하는 것에 비할 순 없다. 레알은 계속 우승 컵을 들기 바라는 팀. 그래서 새로운 스타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유입되는 팀이기도 하다. 전술 변화가 유연하고, 경기 흐름을 읽는 눈이 좋아 단기전에 강하며, 선수단 관리에서도 발군인 지단 감독은 레알에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감독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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