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반도체 의존도' 더 커졌다…빛 바랜 역대 최고 실적(종합)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작년 외감기관 매출 증가율 '역대 최고'

선봉장 반도체…영업익 1/4은 삼성·SK

대규모 설비투자에 부채비율 소폭 상승

반도체·석유화학 外 他업종 부진은 우려

나홀로 성장세…반도체 착시효과 지적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반도체의 힘’은 강력했다. 반도체 호조에 지난해 국내 산업계가 최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3%대 성장을 이끈 것도 반도체 덕이다.

다만 쏠림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더 부진했던 탓이다. 최근 성장세가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최고 실적’ 새로 쓴 반도체

28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지난해 전체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외감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9.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1.1%) 대비 증가 폭이 8.8%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한은이 기업경영분석 조사 대상을 상장기업에서 외감기업으로 변경한 지난 2013년 이래 최고치다.

매출액은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데, 지난해 두자릿수에 육박한 증가율은 이례적인 호실적이라는 평가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7.4%로 최고 실적을 냈다. 2016년(6.2%)보다 1.2%포인트 늘었다.

선봉장은 반도체였다. 반도체가 포함된 기계·전기전자 부문의 매출액 증가율은 18.6%까지 치솟았다. 이 역시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실적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이 979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7.4% 급증한 덕에 매출액이 뛰어올랐다.

반도체가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반도체업계의 쌍두마차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매출액이 전(全)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4%로 전년(6.4%)보다 5%포인트 늘었다.

반도체 실적은 ‘몸집’과 함께 ‘내실’도 좋아졌다. 기계·전기전자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3.0%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가격이 대폭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산업 내 영업이익률 비중은 25.5%에 달했다. 2016년 11.5%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제조업 내에서 보면, 그 비중(39.3%)은 무려 40%에 육박했다. 제조업 쪽 영업이익의 5분의2는 두 회사가 책임졌다는 의미다.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도 반도체에서 긍정 신호가 감지됐다. 지난해 기계·전기전자 부문의 부채비율은 56.9%에서 57.6%로 소폭 상승했다. 대다수 업종에서 부채비율을 줄인 와중에 반도체 분야의 설비증설 투자가 두드러졌던 것이다.

반도체 외에 석유화학 부문도 약진했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 덕에 매출액 증가율은 14.5%로 전년(-2.9%) 대비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6.1%→13.0%)도 상승했다.

이데일리

◇심화하는 ‘반도체 착시현상’

그렇다고 반도체의 ‘나홀로’ 성장세가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반도체마저 흔들릴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실제 지난해 다른 주요 업종들의 성적표는 부진했다. 자동차가 포함된 운송장비 부문의 경우 -5.1% 증가율로 마이너스(-) 폭이 심화됐다. 아울러 전체 중소기업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6.9%로 대기업 제조업(10.5%)에 크게 못 미쳤다. △섬유·의복(0.5%) △식음료·담배(3.7%)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산업계의 호실적이 반도체 착시라는 시각의 근거다.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기계·전기전자(13.0%)만 두자릿수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는 전년 대비 저조했다. 2%대로 하락한 운송장비(3.9%→2.9%)의 부진의 골은 더 깊어졌다.

실적 고공행진 와중에 음식·숙박업의 부진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음식·숙박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4.8%로 전년(7.9%) 대비 주춤했다. 영업이익률(4.1%→2.2%)도 거의 반토막이 났다.

중국발(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직격탄에 관광객이 급감한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은 48.3% 줄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