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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재일동포 간첩사건' 79세 보안사 前수사관 징역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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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이나 허위자백 강요 없었다" 위증 혐의

법원 "고령이라고 죄책 줄어드는 것 아냐" 질타

피해자 "희생자 다 모으면 50년 정도 될 것"

뉴시스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1980년대 발생한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 재심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보안사령부 수사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는 28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고병천(79)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고씨는 일개 수사관으로서 불법 수사 관행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고, 고문 등으로 사리사욕을 추구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라며 "또 사실대로 진술할 경우 본인이 속한 조직이나 동료, 국가 위신을 실추시킬 수 있어 피해를 줘선 안 된다며 선처를 구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안사가 민간인을 상대로 수사를 개시한 것 자체가 위법이다"라며 "고씨가 속한 수사계는 공적을 인정받을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간첩 검거에 나섰고, 대장 다음으로 계급이 높았던 고씨는 이 같은 작업의 공적을 인정받아 포상을 받기도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고씨는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과 피해를 안긴 만행을 저질렀다"라며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 달리 평가하는 건 부당하다'는 점을 은연중에 표출하는 등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고씨의 가족들이 노환 등 건강을 이유로 선처를 탄원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에게도 이들을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라며 "고씨 스스로 고령에 재판받는 상황을 자초했으며, 고령이라고 죄책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며 실형을 선고했다.

고씨는 2010년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윤모씨의 재심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문이나 허위자백 강요가 전혀 없었다"라며 위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일동포 유학생 출신이던 윤씨는 1984년 보안사 수사관에게 연행돼 서울 장지동 분실에서 고문과 가혹 행위를 당한 끝에 간첩이라고 허위 자백했다.

윤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복역했고, 2011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고씨의 결심 공판에서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에서도 잘못을 부인하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어렵게 했다"라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고씨는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에 대한 고문만 인정할 뿐, 다른 이들에 대해선 부인하는 등 또다시 위증해 재판부 직권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한편 윤씨는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구형량이 1년이라 많아야 그 정도로 생각했다. 다만 집행유예가 경계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라며 "1년 금방 지나간다. 그 사람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들 다 모으면 50년 정도는 될 것"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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