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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책 값 비싸도 너무 비싸"…성인독서율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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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0명 중 4명, 1년 동안 책 한권도 안 읽어…소비자 59.2% "가격 부담"

아시아경제

사진=아시아경제 DB


도서 가격의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4주년을 맞았다. 이 법은 당초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2020년 11월까지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교과서,수험서,잡지,만화 등을 제외한 일반 도서를 한 권이라도 읽은 성인 비율은 59.9%에 불과했다. 정부는 25년만에 올해(2018년)를 '책의 해'로 지정했지만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 동안 단 한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4년 처음 조사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도서 정가제'(건전한 출판 유통을 위한 자율협약)는 대형 서점들의 할인 경쟁으로 출판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03년 도입됐다. 출간 18개월 이내의 서적을 신간으로 분류해 할인 폭을 19%로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문체부는 현행 도서정가제의 할인율인 19%가 너무 높고 예외 조항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했다. 개정 정책은 신·구간 모두 할인 폭을 최대 15%로 제한됐다. 신간 뿐만 아니라 실용서,초등생 학습참고서 등 기존 도서정가제의 예외 도서들까지 모두 할인 폭을 15%로 제한했다.

◆책값 5.7% 하락…소비자 59.2% "비싸다" 실감 어려워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할인 경쟁을 막아 중소형 서점, 독립서점들이 자생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책값도 도서정가제 실시 후 소폭 하락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교보문구 납품도서 기준으로 신간 단행본 평균 정가는 2014년 1만9101원에서 2015년에는 1만7916원, 2016년 1만8108원으로 책값이 1091원(5.7%)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책값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 설문에 따르면 일반 물가에 비해 도서 가격이 '비싸다'고 응답한 소비자 비율은 59.2%, 도서정가제 시행 후 구입 권수가 감소했다고 답한 소비자도 31%에 달한다.

이런 인식은 도서 구입의 감소로 이어졌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2년 동안 도서 구입 권수가 '감소했다'는 응답은 31.0%로 '늘었다'는 의견 13.4%보다 17.6%포인트 높았다.

설상가상으로 중고 책 시장과 전자책 시장 이용 제한까지 늘었다. 지난 3월 출판·유통업계가 합의한 새로운 시행세칙에 따르면 중고도서의 경우 신간 발행 후 6개월이 지나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더불어 전자책 장기대여 서비스 이용기간도 대폭 줄었다. 기존 10년에서 최대 50년까지 전자도서로 책을 빌릴 수 있었던 서비스는 3개월로 기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는 출판계에서 사실상 도서정가제를 피해 가는 편법할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탓이다.

도서정가제가 더욱 강화되자 소비자들은 뿔났다. 책값이 비싸지다보니 읽고 싶은 책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도서 구매 방식으로 책 살 때 77.2%가 인터넷 서점을 이용한다고 답해 오프라인 서점 이용 38.7%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1.6%는 ‘거의 오프라인 서점에 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대학생 이모씨(26)는 "태블릿으로 전자책을 이용해왔는데 대여 기간이 대폭 축소했다"며 "종이책에 비해 저렴해 자주 이용해왔다. 이번 조치로 독서량이 더욱 줄어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면서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독서를 막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도서정가제가 원래 취지와 달리 ▲출판산업 활성화 실패 ▲도서가격 상승 ▲독서율 감소 ▲전자책 시장 위축 우려 결과를 초래했다며 도서정가제 폐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3만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곽은경 자유경제원 시장경제실장은 최근 도서정가제에 관한 토론회에서 "도서정가제도는 출판문화 및 영세상인 보호의 목적만 있을 뿐 소비자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며 소비자 주권 강화를 지적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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