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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진家 세모녀 사과도 '닮은꼴'…"죄송하다"만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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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된 혐의·의혹에 답하지 않거나 부인해

세정·사정당국 '한진그룹 불법 의혹' 조사 전방위로 확대

뉴스1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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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의혹'이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까지 한진가(家) 세 모녀 모두 5월 한 달 간 수사당국의 포토라인에 섰다.

'물벼락 갑질'로 '갑질 논란'을 연 조 전 전무가 지난 1일 경찰에,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를 받는 조 전 부사장이 지난 24일 출입국 당국에 각각 소환된 데 이어, 28일에는 이 이사장이 한진그룹 임직원들과 가사도우미, 수행기사 등에 대한 폭언·폭행 혐의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모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모호한 사과를 반복하면서도, 정작 제기된 혐의나 의혹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거나 부인하는 등 '닮은 꼴'을 보였다.

◇이명희, 피해자 회유 정황 의혹에 "없다" 부인

어머니인 이 이사장은 28일 오전 9시56분쯤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했다. 이 이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시종 시선을 바닥으로 향한 채 취재진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이 이사장은 이날 조사에 들어가기에 앞서 3분여간 총 7번의 '죄송하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임직원 등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있는가', '가위나 화분 등을 던진 적이 있는가', '임직원들에게 할 말이 있는가' 등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피해를 끼쳐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를 받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만 피해자들을 회유하려 시도한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없다"고 짧게 부인하고 나섰다.

경찰은 이 이사장을 상대로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을 확인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신병처리를 결정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이 이사장에게 상습폭행·특수폭행·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 이 이사장의 폭언과 폭행 등에 시달렸다고 진술한 피해자는 모두 11명이다. 이중 일부는 이 이사장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이 당초의 폭행 혐의가 아닌 상습폭행 또는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하는 경우, 이 이사장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는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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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8.5.28/뉴스1 © News1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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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필리핀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의혹'에 "죄송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 24일 오후 12시55분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해 9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불법으로 고용한 혐의를 인정하냐는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명희 이사장도 같은 혐의로 연루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생의 물컵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땅콩 회항 이후 3년만에 포토라인에 섰는데 국민께 한 말씀하시라'는 등의 질문에도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조 전 부사장과 이 이사장 등 한진 일가는 필리핀인들을 가사도우미로 고용하기 위해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위장해 입국시킨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대한항공 내부 문건도 최근 공개됐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불법으로 입국한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 이사장 부부가 거주하는 평창동 자택과 조 전 부사장의 이촌동 자택에 고용됐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외국인이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F-4 비자)나 결혼이민자(F-6 비자) 등 내국인에 준하는 신분을 가져야 한다.

출입국 당국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16일에는 인사전략실 직원을 불러 조사하는 등 한진 일가에 대한 조사망을 좁혀왔다. 당국은 조만간 이 이사장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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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의혹을 받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4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5.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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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다" 반복하던 조현민, 기소 여부 검찰 손에

'물벼락 갑질'로 '한진 오너 일가 갑질 파문'을 열었던 조 전 전무 역시 '죄송하다'는 답변만을 반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 전 전무는 지난 1일 오전 9시56분쯤 서울 양천구 강서경찰서로 출석해 약 15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고개를 숙인 채 모습을 드러낸 조 전 전무는 '(광고대행사 직원을) 밀쳤다고만 했는데 밀친 정도는 갑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어머니인)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에 대한 보도를 봤는가', '대한항공 총수일가 사퇴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직원들이 준비하는 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혹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던 조 전 전무는 거듭되는 취재진의 질문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개를 떨구면서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1일 조 전 전무에게 당초의 폭행 혐의를 제외한 업무방해 혐의만을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H사가 6개월 동안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만든 대한항공 광고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회의가 열렸지만, 사건 당시 조 전 전무의 폭언 등으로 시사회가 진행되지 못해 H사 직원들의 업무가 방해된 것으로 봤다.

조 전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 2명에게 음료를 뿌린 부분은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아 공소권이 없고, 벽에 유리컵을 던진 행위는 특수폭행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신영식)는 지난 4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광고주로서 업무적 판단에 따라 시사회를 중단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등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결과를 검토한 뒤 조 전 전무를 재판에 넘길지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세정·사정당국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각종 불법 의혹과 관련해 전방위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관세청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관세포탈 혐의와 관련해 지난 2일부터 5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한편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출국금지 조치했다. 서울남부지검은 24~25일 이틀에 걸쳐 조양호 회장의 세금 탈루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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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벼락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가 1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8.5.1/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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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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