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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가 고공행진에 "10원이라도 싼 주유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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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기름값 너무 올라"…정유사들 눈총에 "고유가 회사 이익으로 직결 안돼"

CBS노컷뉴스 이동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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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다니는 윤모(35·강동구)씨는 요즘 주유소에 들르기가 겁이 난다.하루가 멀다하고 오르는 휘발유값 때문에 자가용에 기름을 넣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니다.윤씨는 “2~3년전쯤만 해도 5~6만원 정도면 가득 넣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7만원 정도 넣어야 가득찬다”면서 “기름값이 많이 올라서 운전하는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강모(37·동작구)씨는 회사가 도심 외곽에 있어 어쩔 수 없이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다.강씨는“예전에는 한번 가득 주유하는데 7~8만원 들어가던 기름값이 10만원 가까이 올랐다”며 “일주일에 한번씩 기름을 넣고 매일 출퇴근하는데 상당히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강씨는“차의 기름탱크가 60ℓ이고,10원 차이가 난다고 가정하면 600원밖에 차이가 안나지만 그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단 1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아간다”고 했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가격이 2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기름가격은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는데, 현재 70달러대인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경제 주름살이 깊어지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주유소 가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넷째주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된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전주보다 ℓ당 평균 13.0원 오른 1천590.1원까지 치솟았다.

2014년 12월 마지막 주(1천594.9원)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지난 2월 둘째주까지 29주 연속 오르며 사상 최장 상승 기록을 세운 뒤 4월 셋째주까지 하강곡선을 그리다 다시 급반등하는 추세다.

자동차용 경유와 실내 등유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다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5월 넷째주 경유 판매가격은 13.6원 오른 1천390.9원, 등유는 6.9원 오른 923.9원을 각각 기록했다.

국내 석유가격의 고공행진은 미국의 이란·베네수엘라 경제 제재 우려와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상승,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 감축 등이 요인으로 작용하며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영향이다.

5월 셋째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인 배럴당 72.24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79.22 달러를 기록, 80달러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 원유가는 저유가 기간이었던 2015년~2017년까지 40~60달러 내에서 움직였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산유국간 하루 180만 배럴 감산합의 이행과 중동정세 불안 등에 따라 지난해 11월부터는 60달러대를 돌파해 상승세로 전환했다.

◇ 소비자 불만 "기름값 지나치게 비싸" VS 정유사 항변 ”영업이익 오히려 감소"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석유가격이 급등하자 소비자들은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상승에 편승해 지나치게 이익을 남기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유업체들은 올들어 석유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오히려 감소한 점을 들어 “비싼 국내 석유가격이 정유사의 이익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올 1분기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3천250억원으로 전분기(5천93억원) 대비 36.1%, 전년 동기(4천540억원) 대비 28.3%나 줄었다.

또 현대오일뱅크는 2천326억원으로,전분기(3천36억원) 대비 23.4% 줄었고,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각각 70.5%와 66.0%나 감소했다.

이같은 동반부진 현상은 ‘정제 마진’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비를 뺀 정유사의 실제 마진을 뜻하는 정제마진은 올 1분기 배럴당 평균 7.0달러로, 지난해 3분기 8.3달러, 4분기 7.2달러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국제유가와 정제 마진의 등락이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유가 및 국내 기름값 상승과 정유사의 이익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12년 2분기에는 휘발유 가격이 ℓ당 2천원을 넘어섰지만 수요 부진으로 인해 정유 4사가 모두 적자를 냈다"면서 "반면에 2015년과 2016년에는 1천400∼1천500원까지 떨어졌지만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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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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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유가 상승 당분간 지속 전망, "국내 기름값 단기적 상승 불가피"

국제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유가의 추가적 상승을 불러올 요인들은 적지 않다.

이란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할 경우 이란의 원유 공급량은 줄어들게 된다.이란산 원유는 우리나라 원유 수입량의 13%를 차지한다.

좌파 성향의 대통령이 재선된 베네수엘라에 대해 미국이 경제·외교적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세계 2위 원유 매장량을 가진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90% 이상을 원유가 차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산유국이 모여 있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진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석유시장이 구조적인 상승세로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해외 유가전망 기관들은 일제히 유가전망치를 상향조정 하고 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은 올 초 WTI유와 브렌트유에 대해 배럴당 각각 55.33달러, 59.74달러로 전망했지만, 5월에는 각각 65.58달러 70.68달러로 불과 5개월만에 10달러 이상 상향조정했다.

최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모건스탠리 등 투자은행(IB) 위주로 향후 국제유가를 배럴당 90~1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와 2~3주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는 국내 휘발유, 경유 주유소가격도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석유제품가격은 국제유가와 2~3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데, 최근 2~3주간 국제 석유제품가격이 배럴당 10달러에 육박하게 상승했다”며, “단기적인 가격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정유업계, 유가 상승 대응 "원유수입선 다변화, 수출시장 개척 박차"

정유업계는 유가상승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고유가 복병을 만나 2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통상 유가가 상승하면 단기적으로는 재고평가이익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품소비 위축과 정제마진 악화를 초래해 실적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중동지역에서 벗어나 아시아, 미주, 아프리카 등까지 원유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석유제품 수출도 동남아 지역 외에 호주 등과 같은 신규 수출시장 개척에 나서 수익성 극대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정유사들은 사업 부문에서도 비정유부문에 투자하는 등 고유가 극복을 위한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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