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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 노조 와해 위해… 협력사 대표들 모아 놓고 강의ㆍ상황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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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ㆍ경총 함께

‘폭력 노조’ 등장 연극 반감 심어
한국일보

'삼성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사대책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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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와해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함께 노조가 폭력을 휘두르는 내용의 상황극을 공연한 정황이 드러났다.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반감을 심어줘 노조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2013년 7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생기자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대표들을 모아 놓고 한 차례 강의를 열었다. 주최는 삼성전자서비스지만 실제 강의를 이끈 건 경총 관계자들로, 이들은 ‘노조가 생기면 협력업체 대표들이 심각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그 해 9월 삼성전자서비스 측의 단체교섭 및 체결권을 위임 받아 노조를 대표하는 금속노조 측과 단체협약을 진행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노조와 교섭하는 과정에서 수 차례 결렬 선언을 하는 등 삼성전자서비스와 함께 노조 활동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의 이후 경총 관계자들은 노조원과 협력업체 간 미팅 장면을 가상한 뒤 직접 노조원 역할을 맡아 연극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원 역할을 맡은 이들이 노조를 상징하는 조끼를 입고 단상에 올라 협력업체 대표를 향해 욕을 하고 탁자를 뒤엎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며 폭력 성향을 부각시켜, 연극을 보고 있는 협력업체 대표들로 하여금 노조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반감을 사도록 했다는 것이다.

특히 과격한 노조원 역할을 맡았던 경총 관계자 중에는 2013년 당시 경총 노사대책팀에 고용돼 노조와 실제 협상을 맡던 전문위원 A씨가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협상이 마무리되고 있던 2014년 무렵 삼성에 취직해 노조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삼성을 위해 노사 협상을 지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삼성 노조 와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는 삼성전자서비스와 경총 관계자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같은 행위를 노조 와해 공작의 일환으로 판단하고 노조활동방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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