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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차량번호 '001'… JSA 경호 받으며 통일대교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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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격동의 시간']

- 美 성김·北 최선희, 판문점 비밀협상 어떻게 성사됐나

한국정부와 무관하게 별도 채널 가동, 남북정상회담 전에 결정

美北, 투트랙 실무 접촉… 경호팀은 29일 싱가포르서 협의 예정

트럼프 "멀지 않은 곳에서 미팅 중"… 미국서도 비밀 접촉 시사

27일 미·북 간 의제 협상을 위한 판문점 접촉은 한국 정부와 무관한 별개의 채널에서 성사됐다. 이 접촉이 이뤄지면서 미·북 정상회담은 다른 변수가 없는 한 당초 예정대로 6월 12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미·북 정상회담이 취소 위기까지 간 데는 북한이 미국의 사전 협의 요청에 제대로 호응하지 않았던 이유도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격 취소를 발표했던 지난 24일(현지 시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상원 외교위에 출석해서 "성공적인 회담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작업을 수행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또 "싱가포르로의 이동·수송 계획 등을 논의하고자 최근 며칠간 북측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북측으로부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조선일보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 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진 성 김(왼쪽) 주필리핀 미국 대사와 최선희(오른쪽) 북한 외무성 부상. 미 국무부 내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김 대사와 북한의 대미·북핵 담당인 최선희는 과거 6자회담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난 인연이 있다. /고운호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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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선언에 당황한 북한이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대화 의지를 밝히고, 27일 판문점 의제 협상에도 나서면서 이런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의전·경호 분야 실무 협의까지 '투 트랙' 협상이 모두 가동되면 미·북 정상회담 준비 작업은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된다.

美국무부-北외무성이 '비핵화' 조율

판문점에서 열린 미·북 의제 협상은 미국 국무부와 북한 외무성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 수석 대표는 성 김 주필리핀 대사였고, 지난 9일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던 랜들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도 참석했다. 김 대사가 국무부 소속의 한반도 전문가로 비핵화 협상에 능한 점을 고려해 북한 측도 외무성의 대미·북핵 외교 담당을 내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2008년 6자회담 특사로 북한과 협상을 전담했고, 주한 미국 대사를 거쳐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지냈다. 협상 상대로 알려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6자회담 통역을 거쳐 미국 담당 부국장·국장을 지냈다. 두 사람은 과거 여러 회담에서 자주 만난 사이다. 미·북 모두 정상회담 합의문 작성까지 염두에 두고 비핵화 협상의 세부 내용을 잘 아는 외교 베테랑을 내보냈다고 볼 수 있다.

미·북 정상회담의 성패는 외교 라인의 의제 협상에서 이번 회담의 핵심인 비핵화 문제가 얼마냐 잘 조율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미국이 줄곧 요구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와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동시 조치를 통한 비핵화' 사이에서 얼마나 간극을 좁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더라도 본회담에서 논의될 내용의 범위를 정하는 수준이지, 완벽한 합의를 이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訪美로 이어질지 주목

미·북 간의 사전 협의가 순조롭게 이뤄져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방미(訪美)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김영철은 폼페이오가 지난 3월 말과 이달 초 두 차례 평양에 갔을 때 협상 상대로서 미·북 정상회담을 조율했다. 서울의 정보 소식통은 "미국 정부도 김영철의 미국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폼페이오가 두 번 방북했으니 카운터파트인 김영철이 정상회담 전에 미국을 가는 것이 차례"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돼 지난 2010년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 제재의 핵심은 자산 동결과 금융 제재에 있으므로 미국 정부의 허가가 있으면 김영철의 미국 입국은 가능하다. 북한이 CVID를 수용하느냐 여부는 김영철과 폼페이오의 회담에서 1차 판가름이 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의전·경호는 백악관이 사전 협의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30명가량으로 구성된 백악관의 사전 준비팀도 27일 싱가포르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 패트릭 클리프턴 대통령 특별보좌관, 미라 리카르텔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이 여기 포함됐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각) "우리가 말하고 있는 지금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어떤 장소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미팅들이 진행 중"이라며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등이 비밀리에 미국에 입국해 워싱턴이나 북한 유엔 대표부가 있는 뉴욕에서 협의를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리용호 외무상, 김계관,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리수용 국제부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기존의 뉴욕 채널이 가동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연막작전'이란 분석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거물이 미국에 가면 베이징 등을 경유하는 동안 소문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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