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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00세 맞은 나카소네 "삼라만상에 관심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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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역대 총리 중 두번째 장수… 1주일에 2~3회 사무실 출근

아침 식사는 야채수프·낫토, 점심엔 바나나·메밀국수 반공기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가 27일 100세 생일을 맞았다. 일본 역대 총리 중 백수를 이룬 두 번째 총리다. 첫 번째는 1990년 103세로 별세한 히가시쿠니 나루히코(東久邇稔彦·1887~1990) 총리였다. 다만 히가시쿠니는 히로히토 전 일왕의 처삼촌으로, 정상적인 정치적 절차를 거쳐 총리가 된 사람이 아니라, 태평양전쟁 패전 직후 전시내각이 무너진 상태에서 두 달간 총리를 맡아 연합국 항복문서에 조인한 '황족 총리'였다. 정상적으로 총리가 된 사람 중에선 나카소네가 첫 기록이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날 "다이쇼 시대(히로히토 부친의 재위 기간), 쇼와 시대(히로히토 재위 기간), 헤이세이 시대(현재 일왕 재위 기간)를 거쳐 내년엔 새로운 연호가 시작된다"며 "4개의 시대를 산 데 깊은 감회를 느낀다"는 발표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지금도 일주일에 2~3일 사무실에 나와 방문객을 만나고 있다. 귀가 다소 어둡고, 먼 거리를 걷기 힘들어 훨체어를 탈 뿐, 자세가 곧고 풍채가 훤칠하고 목소리가 우렁차다. 방문객이 인사하면 우렁찬 바리톤 목소리로 "간밧테 구다사이(열심히 하세요)"라고 격려한다.

그는 이날 건강 비결에 대해 "규칙 바른 생활을 하는 것, 삼라만상에 관심을 갖는 것" 두 가지를 꼽았다. 아침 식사는 항상 야채수프와 낫토(일본 전통 발효식품), 점심에는 바나나 혹은 메밀국수 반 공기를 먹는다. 나카소네를 수십년 모신 비서가 일본 언론에 "운명에 순종하는 것, 마음의 안정을 지속하는 것이 건강 비결 아닐까 싶다"고 한 적도 있다.

나카소네는 태평양전쟁 때 해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전후 1947년 총선 때 처음 당선됐다. 1982년 총리에 취임해 5년 반(1806일) 집권하며 '국철 민영화'를 주도했다. 거품 경제가 절정에 달해 긴자가 불야성을 이루고 '메이드 인 재팬' 공산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지금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처럼, 나카소네 총리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가까웠다. 두 사람 이름을 딴 '론야스 관계'라는 말도 나왔다.

가까운 한국 정치인들도 많았다. 박태준 포항제철 초대사장, 김종필 전 총리와 막역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가까웠다. 1981년 신군부가 '김대중 사형 판결'을 내렸을 때 감형 운동을 지원했다.

그는 냉전시대인 1983년 일본 총리 최초로 한국을 국빈 방문해 40억달러 경협 차관을 제공했다. "한국이 번영해야 북한이 남침해 공산주의 세력이 확장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명분이었다. 그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술자리에서 한국 가요 '노란 샤쓰의 사나이'를 한국말로 열창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 일에 대해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두고두고 회고했다. 퇴임 후에도 85세까지 현역 의원으로 활동했으나, 2003년 고이즈미 총리가 '비례대표 후보자 73세 정년'을 도입해 자의 반 타의 반 은퇴했다. 그 뒤에도 현안에 대해 활발하게 발언하며 일본 총리들의 멘토 겸 보수 매파의 웃어른 역할을 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이날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논의에 진지하게 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평화헌법을 버리고, 새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평생 주장해왔다.



[도쿄=김수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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