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
의료와 세상 5/28 |
형법상 낙태죄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자율권’이 충돌한다는 관점은 매우 서구적인 생각이다. 우리 전통문화는 태아의 생명도 결코 가볍게 보지도,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여기지도 않았다. 예컨대 『동의보감』에는 산모의 몸이 약해 임신을 더는 유지할 수 없는 경우 안전하게 낙태하는 처방이 들어 있다.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후손을 중시하고, 태교라는 이름으로 태아도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했던 조상들도 부득이한 경우 낙태를 금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지혜가 아닐까. 낙태를 모자보건법상의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처벌 대상으로 정한 현행 낙태죄를 폐지하고, 그 바탕 위에 낙태 문제를 정치하게 다룰 수 있는 제도와 절차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권복규 이화여대 의대 교수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