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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는 CVID 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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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취소 직후 깜짝 회동

무산 위기 반전시킨 의미 있는 만남

북 비핵화 의지 확실한 입증이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판문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남북 정상이 현안이 있을 때마다 격식 없이 바로바로 만나는 시스템의 첫 삽을 뜬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시점도 주목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인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한반도가 다시금 위기에 휩싸일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이 한 달 만에 재회해 대화 복원 방안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북핵 위기가 악화하면 그 피해는 우리가 가장 많이 본다. 어떻게든 북·미 정상회담을 되살려야 한다. 이번 회담은 북한 측 요구로 열렸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북한으로선 문 대통령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불씨를 살려 보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재확인된 존재감을 바탕으로 위태로웠던 북·미 정상회담이 탄력을 받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반드시 견지해야 할 핵심 원칙이 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의 비핵화(CVID)’다.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아침에 취소해 버리고, 김정은 정권의 리비아식 절멸(Decimation) 가능성을 대놓고 흘리는 트럼프 대통령 정권에서 북한은 말 그대로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맞았다. 진실의 순간엔 벼랑 끝 전술도, 모호한 수사로 넘어가는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예정대로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은 2년 안에 CVID를 완료한다”는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언제든 압박으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영국 등 동맹과 손잡고 체결한 이란 핵협상조차 “불충분하다”는 한마디로 휴지로 만든 트럼프 아닌가.

우리 국민이 김정은을 두 번째 만나고 돌아온 문 대통령에게 가장 궁금해한 대목도 김정은이 CVID 원칙에 동의했느냐 여부였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과 실무협상을 한다니 이는 곧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게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미국 쪽 얘기는 다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했다”는 한국 설명과 달리 체제보장의 조건을 달거나 ‘핵군축’ 같은 말만 고집하니 협상을 통해 진의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미국 협상팀이 김정은의 약속대로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준까지 가도록 김정은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워싱턴은 여전히 서울이 평양 편에 서서 북핵 문제를 물타기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할 것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단독회담에 앞서 주어진 시간 상당 부분을 기자들과의 대화에 써 버리는가 하면 문 대통령이 자신을 만나고 귀국한 직후에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해 청와대를 당혹스럽게 했다. 북·미 간 연결자로서 문 대통령의 신용에 옐로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만한 신호들이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자석을 계속 유지하면서 비핵화와 평화를 달성하려면 미국과 강력한 한 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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