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5·18 시민군 출신 지용씨 “반성 모르는 지만원에 화가 치밀어” 분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배후에 북한군이 있다고 주장한 지만원(75)씨가 ‘광수73’(북한특수군)라고 지목했던 지용(76)씨를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게시글을 접한 지용씨는 분통을 터트렸다.

27일 5·18기념문화센터에 따르면 5·18 민주항쟁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한 지용씨는 지난 23일 카카오톡을 통해 한 누리꾼이 보낸 메시지를 전송받았다.

게시물은 지만원씨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링크된 글로써 ‘지용, 반공인사 지갑종씨 이름 더럽히지 말라’는 제목으로 지용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1500자 분량으로 담겼다.

지만원 씨는 게시글에서 “지용은 지응현씨의 손자이자 지갑종씨의 친동생인데 지응현씨는 호남의 부로호 손꼽혔고, 지갑종씨는 반공인사로 여의도 넓은 공간에 6.25때 사용했던 각종 비행기 증 전갱장비를 수집, 전했던 방공부자였다”고 적시했다.

그는 또 “한 마디로 지용의 집안은 부잣집이고, 반공하는 집안이고, 전두환에 픽업돼 2대에 걸쳐 전국구 국회의원을 했던 빨갱이 불구대천 원수 집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빨갱이 언론들이 일제히 지용이라는 인간을 내세워 5.18이 양아치들의 잔치가 아니라 노블리스 오블레주 세력이라고 채색한다”고 비난하며 “나이 들어 헤프게 놀아나지 말고 조상과 형님의 명예를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용씨는 일제강점기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실천한 붕남 지응현 선생의 친손자이자 지갑종(91) 유엔한국참전국협회장의 친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지만원씨는 또 지용씨가 5·18 당시 경험담을 증언한 내용에 대해서도 “‘헬기 사격을 대낮에 봤다는 것, 대검으로 사람을 찔렀다는 것, 27일 새벽에 집으로 옷을 갈아입으로 갔다는 것’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5월27일 새벽은 계엄군이 쳐들어온다며 모두가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던 순간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던 그 순간에 옷을 갈아입으러 집으로 갔다는 것은 코미디”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용씨는 시민군 참여 이력을 지난 38년간 함구했지만, 지만원씨가 책자에서 지목한 북한 군인 ‘광수73’이 자신을 지목한 사실을 알고 지난 20일 5·18기념문화센터를 통해 공개증언을 했다.

지용씨 증언에 따르면 5·18 민주항쟁 기간 전남도청에서 총기를 들고 경계업무를 보다 26일 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집에 잠시 들렀는데, 그 사이 계엄군의 진압작전이 시작됐다.

이로 인해 지용씨는 도청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곧바로 수배령이 떨어지자 29일 보안대 합동수사본부에 자수해 사면받았다. 지용씨는 자신이 시민군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에게 불이익이 갈까 두려워 38년간 이 같은 사실을 숨겨왔다.

지용씨는 지만원씨가 보낸 메시지에 대해 “반성할 줄 모르는 지만원에게 화가 치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임종수 5·18기념문화센터 소장은 “5·18 왜곡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데도 당사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유럽의 ‘홀로코스트 법’처럼 역사적 사실을 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