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국내 미술품 경매 '톱6' 휩쓴 김환기 전면점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70년부터 74년 타계 직전까지 작업…"우주관 담긴 독자적 예술"

연합뉴스

국내 미술품 경매 기록을 새로 쓴 김환기 '3-II-72 #220'(1972)
[서울옥션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27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 '3-II-72 #220'이 약 85억2천996만 원에 낙찰되면서 국내 미술품 경매가 1~6위가 모두 김환기 전면점화로 채워지게 됐다.

2015년 10월 '19-Ⅶ-71 #209'(47억2천만 원)를 시작으로 그의 전면점화는 지난 3년간 등판할 때마다 기존 작품가를 넘어서며 미술시장 역사를 새롭게 썼다.

전면점화는 미국 뉴욕에 머무르던 김환기가 1970년부터 1974년 타계 직전까지 그야말로 삶을 '갉아먹을' 정도로 예술혼을 불사른 작업으로 평가된다.

달항아리, 매화, 달 등 우리 자연과 전통 기물을 화폭에 품었던 작가는 60년대 후반부터 형상을 버리고 선과 면, 점을 파고들었다.

1965년 1월 2일 일기 "점화가 성공할 것 같다. 미술은 하나의 질서다", 1968년 1월 2일 일기 "선인가, 점인가, 선보다는 점이 더 개성적인 것 같다"는 전면점화를 잉태하기까지 과정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인 '10-VIII-70 #185'(1970)
1970년 한국미술대상전을 받은 동명 작품의 연작이다. [대구미술관 제공=연합뉴스] ⓒ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1970년 제1회 한국미술대상전 대상을 받은 전면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는 김환기가 독자적인 추상 세계에 도달했음을 알렸다.

작가는 수많은 점으로 전체 화면을 뒤덮었다. 점 하나를 찍으면서도 같은 자리에 대여섯 번 붓질하고, 일일이 네모난 테두리를 둘렀다. 반짝이는 별 같기도, 살아있는 세포 같기도 한 점무리에서는 율동감도 느껴진다.

점들이 스미고 번진 흔적에서는 동양 수묵화가 떠오른다. 작가가 캔버스를 세워서 그리는 대신, 바닥에 놓인 광목천에 아교를 발라 말린 뒤 붓칠을 한 덕분이다.

전면점화는 단순한 점묘가 아니라, "하나하나의 점마다 형상과 서정이 압축된"(유홍준 저서 '안목') 작업이었다. 남도의 작은 섬을 출발해 서울과 부산,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을 거치는 긴 궤적 끝에 자신만의 예술을 완성한 것이다.

연합뉴스

김환기가 1973년 그린 '고요(Tranquillity) 5-IV-73 #310'.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술사학자인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환기 전면점화는 그 시대 세계적인 예술 흐름과 같이 하면서도, 당시 어느 나라 어떤 작가에게서도 볼 수 없는 아주 독자적인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과장은 "특히 추상이면서도 자연관, 우주관 같은 걸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동양적인 특징이 있다"고 평했다.

1973년께부터 전면점화는 선이 평행으로 뻗거나 서로 교차하는 경향을 보였고, 색조도 푸른색에서 가라앉은 회청색,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면포를 구해다 틀을 짜고 아교를 칠한 뒤 수만, 수십만 번 점을 찍던 작가의 체력은 그사이 급격히 쇠약해졌다.

스스로도 "새로운 창을 하나 열었다"(1970년 1월 8일 일기)고 자부한 전면점화 작업은 1974년 7월 병원 입원 중이던 작가가 일어나지 못하면서 영원히 중단됐다.

연합뉴스

추상미술 선구자로 평가받는 김환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ai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