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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3억, PGA 출전권, 자동차까지..이태희 “우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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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3년 차 제네시스챔피언십 5타 차 역전

2016년 결혼, 지난 2월 첫 아들 출산 후 우승

2015년 넵스 첫 우승 뒤 2년 만에 통산 2승

"사랑하는 아내, 아들에게 고마워" 뜨거운 눈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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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우승했습니다.”

우승상금 3억원과 2장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출전권 그리고 중형 세단까지. 프로 13년 차 이태희(34)가 대박의 주인공이 됐다.

27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마지막 4라운드. 혼전 속에 우승 경쟁이 펼쳐졌다.

이태희는 조용히 우승에 다가섰다. 14번홀(파4)에서 승부를 걸었다. 이 홀은 전장이 311m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린 공략에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페어웨이가 2개로 나눠져 있어 공격적으로 그린을 노리거나 혹은 페어웨이 우측으로 안전하게 공략해야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이태희는 과감하게 그린을 노렸다. 쭉 뻗어 날아간 공은 그린에 멈췄고 이글 기회로 이어졌다. 침착하게 퍼트를 한 이태희는 이글이 빗나갔지만, 버디를 성공시키며 이정환(27)과 공동선두를 이뤘다.

이후 우승 경쟁은 더 치열했다. 이태희가 달아나면 이정환이 추격했고, 이정환이 앞서 나가면 이태희가 물고 늘어지는 명승부가 연출됐다.

17번홀(파3)에서 우승의 쐐기를 박는 버디가 나왔다. 공동선두에서 이태희는 4.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다시 1타 차 선두로 앞서나갔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2.4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킨 이태희는 우승을 확신하듯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이날 버디 6개를 골라내고 보기 1개로 막아낸 이태희는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7언더파 281타로 5타 차를 뒤집는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개인 통산 2승째다.

이태희는 유명세에 비해 우승이 적었다. 2015년 넵스헤리티지에서 데뷔 10년 만에 첫 승을 신고한 게 유일한 우승이었다. 지난해 5월에는 카이도 드림오픈에서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해 연장으로 끌려갔다가 김우현에게 역전패를 허용하기도 했다. 그 뒤 이렇다 할 우승 기회가 없었다.

이태희의 골프인생은 바꾼 건 아내 덕이다. 2016년 시즌을 끝낸 뒤 사귀던 여자친구 권보민(30)씨와 결혼했다. 아내 권씨는 스포츠매니지먼트사에거 프로골퍼들의 매니저로 근무하다 이태희와 결혼한 뒤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그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매니저가 됐다.

이태희에게 아내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더욱이 프로골퍼의 삶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더 큰 힘이 됐다.

이태희는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데이트를 하다가도 운동할 시간이 되면 지체 없이 연습장으로 달려갔고, 연습에 몰두하다 아내를 바람맞히기도 했다. 아내 권씨의 눈에는 그런 이태희가 믿음직스럽게 보였다.

지난 2월 부부사이에 2세가 태어났다. 첫 아들(서진)이 태어난 이후 이태희에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다. 아빠라는 책임감이다.

골프를 포함해 스포츠 선수들에겐 ‘기저귀 효과’(Nappy Factor)라는 게 발생한다. 심리학자들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선수에게 심리적 격려, 책임감, 행복감을 안겨 줘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아빠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하고 이를 ‘기저귀 효과’로 부르고 있다. 아빠가 된 이태희에게도 ‘기저귀 효과’가 찾아왔다. 이태희는 “믿고 기다려주신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태어난지 100일 된 아들에게 고맙다”며 “우승했습니다”라고 크게 외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태희는 우승으로 상금 3억원과 함께 10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CJ컵@나인브릿지와 내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팰리세이즈에서 개최되는 제네시스오픈에 출전할 수 있는 티켓을 받았다.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중형세단 제네시스 G70까지 보너스로 챙겨 대박의 꿈을 이뤘다.

단독 선두로 출발한 이정환은 이날 2타를 잃어 2위(5언더파 283타)에 만족했고, 김성용(42)이 3언더파 285타를 쳐 3위에 올랐다. 김형성(38)과 정한밀(27)이 공동 4위(2언더파 286타), 디펜딩 챔피언 김승혁(32)은 이상희(26), 황중곤(26)과 함께 공동 8위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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