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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오경희의 '靑.春'일기] '오르락내리락' 트럼프-김정은 '시소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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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12일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시소 외교' 전략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강경 태도에 반발해 24일 북미회담 취소 카드를 꺼냈다가 북한의 전향적 태도에 하루 만에 다시 성사 가능성으로 유턴했다./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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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낙서 내지 끄적임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에서(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트럼프 하루 만에 급반전…북미정상회담 성사로 유턴

[더팩트ㅣ청와대=오경희 기자] 여기 시소가 있다. 양쪽에 비슷한 무게의 사람이 앉으면 시소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라도 더 무거운 사람이 앉으면 한쪽으로 기운다. 이때 기울기는 무게에 비례한다. 다만 변수는 있다. 중간 지지대다. 어느 쪽에 놓이느냐에 따라 수평을 이룰 수 있다. 물론 완벽한 균형은 쉽지 않다. 0.1%의 오차로 시소는 흔들릴 수 있다.

시소의 양쪽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앉아 있다. 최근 시소는 김정은 위원장 쪽으로 기울었다. 비핵화 방법론을 지렛대로 삼아 무게 중심을 옮겨왔다. 미국의 '선(先) 핵폐기 후(後) 조치' '리비아식 해법(핵폐기 선언 후 추후 보상)'에 반발하며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 재고려'란 카드를 내밀었다.

그간 북·미는 비핵화 방법론을 놓고 오랜 시간 이견을 보여왔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4월 27일) 결과물을 담은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명시했지만, 로드맵은 북·미 간 담판으로 넘겨졌다. 시소의 기울기가 중간지대를 향해 가는 듯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내 대북강경파를 중심으로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시소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북한은 김계관과 최선희 등 외무성 담화를 잇따라 내놓으며 미국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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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지만 방법론에선 미국과 이견을 보인다. 사진은 김정은(왼쪽)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뒤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는 모습./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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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단계적 비핵화와 보상(체제보장과 경제번영)'을 원해왔다. 핵무기를 포기한 뒤 미국으로부터 경제 보상을 받던 중 혁명에 의해 몰락한 리비아 카다피 정권을 목격한 북한으로선 리비아식 해법을 반길 리 없었다. 시소의 기울기는 점차 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식 해법'을 내놓았다. 큰 틀에서 일괄타결을 하되 일부는 물리적 여건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미타결된 채 남겨두고, 그 사이 단계적 보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간 지지대도 한몫했다. 우리 측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중재자로 나섰다.

수평을 이룰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99.9%(북미회담 성사)'를 자신했다. 그러나 '0.1%'에 상황은 뒤집어졌다. 이번에 시소는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확 기울었다. 그는 24일(현지 시간) 김 위원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뒀다. 세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문 대통령마저 한밤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은 약속대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메가톤급 선언'을 했다.

결국, 북한은 화해의 손짓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서한을 보낸 다음 날 곧바로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담화를 발표했다. 시소는 한 번 더 움직였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열 수도 있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다시 '판'은 바뀌었다. 오르락내리락 시소의 움직임에 멀미가 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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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담화에 대해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북미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했다./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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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선 우리 측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 대화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다시 살아나고 있어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북·미 회담 불발 당시에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이제 어느 때보다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중요해졌다. 북미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리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래서일까. 26일 오후 깜짝놀랄 만한 뉴스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판문각에서 2시간 동안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것이다.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한 포수이자 지도자 요기베라는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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