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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유감이 된 고양이..캣맘과 주민 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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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양이 번식 철이 되자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자는 캣맘들과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고성이 오가는 등 분쟁이 일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고양이를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이 나오고 있다.

세계일보

고양이 번식 철이 되자 캣맘과 주민 간 갈등이 고조돼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양이를 보호하면서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피해 가면 얼마나 간다고..단순 혐오, 길고양이 보호해야”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물 등을 챙겨주는 캣맘들은 “요즘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고 말한다.

이들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때쯤 고양이 번식이 활발하여 고생한 어미 고양이와 새끼 챙기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행여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에게 해코지당하는 건 아닐지 우려하며 시간을 정해 순찰에 나서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일상을 보낸다.

이들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활동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물을 좋아하고, 소중한 생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함”이라고 캣맘들은 말한다.

한 캣맘은 “고양이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혐오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며 “고양이가 사람에게 피해 주는 일은 없다. 쥐를 잡거나 아이들이 보고 좋아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가장 중요한 건 길고양이도 소중한 생명이다. 생명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러한 상식을 부정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 남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바라지도 않았다”며 “내 돈으로 사료를 구매하고, 바쁜 시간을 쪼개 밥을 챙기는 등 동물을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하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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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이 준비한 고양이 집.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에 저층 세대의 고민이 깊다. 모 아파트의 경우 10여 곳에 고양이 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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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들은 길고양이들을 위해 사료와 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 “겪어봐야 안다..소중한 생명 동의, 보호소 등 입양 보내던 해야”

반면 캣맘과 대립하는 주민들은 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언급하며 번식 등 개체 수 증가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캣맘과 대립하는 주민들은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자는 의견에는 긍정과 동의를 나타내면서도, 캣맘들로 인한 개체 수 증가와 이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모 아파트 저층에 사는 한 주민은 “고양이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칠 정도”라며 “낮에는 어미가 보살피는지 울지 않는다. 꼭 밤이나 새벽녘에 운다. 고양이 울음소리는 아기 울음소리와 비슷하다. 그래서 매우 자극적이다. 조용한 밤이면 5층까지 소리가 들린다. 아니라고 할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직접 들어보라”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어 “그들에겐 새끼고양이 울음이 애교 넘치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싫어하지 않아도 듣기 불편하다. 단지에 있는 고양이 집을 없애려면 캣맘들이 달려와 항의한다. 피해는 나와 저층 세대 주민들이 보고, 그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선한 사람이 된다.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주민은 “고양이 중성화에 반대하는 캣맘도 많다”며 “이들의 논리는 ‘말 못 하는 동물을 괴롭혀선 안 된다’, ‘고양이에게 미안하다’ 등 감정에 치우친 의견이 많다. 그들의 주장에 따라 중성화를 진행하지 않으면 길고양이 증가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양이가 좋다면서도 데려가 키우라면 여러 이유를 들면서 부정한다”며 “아파트 단지는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공용공간이다. 일부 캣맘으로 인해 피해는 입주민 전체가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앞선 주장에 캣맘들은 “집에서도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서 어려움이 따른다. 마음은 모두 보살피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고양이를 키우는 한 주민은 얼마 전 발생한 사고에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아침 출근길 차 아래 있던 고양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며 “고양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뒤처리는 곤혹스러웠다. 고양이를 치고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주차장에 방치된 경우도 있다. 고양이를 위해서라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보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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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고양이 모습(빨간 원). 일부는 차에 치여 죽는 등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 주민들은 행여 사고라도 나면 보기에 좋지 않을뿐더러 위생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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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에는 고양이가 차 내부로 들어가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사진= 아사히신문 캡처)


한편 겨울철이면 추위를 견디다 못한 고양이들이 자동차 엔진룸 등에 들어가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고양이가 엔진룸에 있는 상황에서 시동을 걸면 위치에 따라 죽는 경우도 있으며, 이에 내부에 흔적과 차에 이상이 생기는 문제를 직접 겪은 바 있다. 수리 및 청소를 위해 비용이 발생했고, 그로 인한 시간적 손실이 뒤따랐다.

동물을 보호하자는 의견과 불편을 줄이자는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고양이를 보호하며, 중성화 수술로 개체 수를 줄여나가는 등 치우침 없는 현명한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동물도 중요하지만 사람은 더 중요하다. 피해를 동물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무시해선 안 될 일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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