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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주52시간 정말 지켜질까-상] "일하다 말고 퇴근하란 소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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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오는 7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사내 가이드라인 마련에 돌입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목이 많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사무직 정시퇴근제, 탄력근무제, PC오프제 등을 근로단축 대책으로 내놓으며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처와의 비즈니스 (저녁)미팅, 부서 회식, 해외 출장시 공항 대기 및 이동시간, 이사 및 상무 이상 임원 근무 등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거래처와의 저녁이나 부서 저녁 회식은 근무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회식자리에서 다친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법원의 판단이 많았다는 점과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한다는 이유에서 통상적으로 근로의 연장이라고 보곤한다.

다만 회식 관련 모든 사고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온 것이 아니다. 개별 건에 대한 재해 인정 요건을 검토해 업무상 재해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업무상 재해를 기준으로 이를 근무로 판단한다면 출퇴근 교통사고도 산재로 인정, 출퇴근 시간도 근무에 포함해야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임원들이 주 52시간 적용 대상이 되느냐, 즉 임원급의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출퇴근을 하면서 사용자 지시 및 임금을 받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관리 및 감독 업무를 하는 근로자는 근로시간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된 만큼 근로시간 단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이 서로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다.

해외 출장과 관련해 장시간이 걸리는 비행 이동시간, 공항대기 시간 등도 근무시간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다.

만약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면 비행기 탑승시간만 왕복 20시간 이상 소요되는 미국이나 유럽 등 장거리 해외 출장자의 경우 출장 전후로 2~3일간은 쉬어야 주 52시간을 위반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주 52시간 이슈 관련 의도치 않게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생기지 않게 주 52시간 시행 전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근로시간은 기존의 주당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7월부터, 5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적용된다.

◆저녁이 있는 삶 vs 소득 감소 우려

이처럼 기업들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근로자들도 과연 이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잘 추진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질 것이란 기대도 크지만, 한편으론 신규채용 감소로 인한 근무 강도 증가, 야근·휴일수당이 사라지게 됨에 따른 소득 감소 등도 걱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에서도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대기업에게 신규채용 1인당 월 최대 60만원을, 중소기업에는 월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조기 단축 기업에는 산재보험요율 경감, 공공조달 가점 부여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의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세계일보

하지만 산업 현장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중소기업 497개사를 대상으로 한 취업포털이 '올해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되레 구조조정을 했거나 할 계획이라는 곳도 26.6%에 달했다. 이들 중 인력 구조조정(감원)을 하겠다는 기업이 47.0%로 절반 수준에 달했다.

정부의 고용 압박을 직접적으로 받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들 상당수가 주 52시간 시행을 앞두고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 취업자 증가 폭은 3개월 연속 10만명대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중견·중소기업들 주 52시간 시행 앞두고 채용 꺼리는 분위기

앞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주 52시간 근무와 관련해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우리나라의 장시간 노동관행을 개선해 노동자들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청년들에게는 더 많은 일자리를, 기업 생산성을 향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장관은 “300인 미만 사업장들은 2021년 7월까지 단계적으로 근무시간이 단축될 예정”이라면서 “중소기업들이 충분한 준비시간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대기업이나 300인 이상 사업주의 지원이 없이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들이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경영상 애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현실화 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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