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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헤보니]카톡ㆍ게임 못하는데 입소문 솔솔…수험생용 열공폰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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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산업부가 현장형 및 체험형 기사 ‘헤보니’를 선보입니다. 헤보니’는 헤경 산업부 기자들이 해보니의 준말입니다. 기자들이 각 분야와 제품 등을 직접 체험해본뒤 객관적으로 기사를 만듭니다. 이런 걸 해봐달라는 요청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편집자주]

- SKT ‘LG폴더’ 체험기…디지털 금단현상 ‘강력’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카카오톡(카톡)도, 게임도 안 된다.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기는커녕, 별도로 사용설정을 해놓지 않으면 인터넷도 못 쓴다. 출시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런 폰을 왜 써?”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그러나 ‘이런 폰’이 유용한 이용자가 있다. 바로 시험을 준비 중인 수험생이거나,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 혹은 데이터 사용이 필요 없는 노년층 사용자인 경우다. 차마 스마트폰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휴대전화들이 최근 1~2년 새 ‘열공폰’, ‘수험생폰’, ‘고삼폰’ 등의 애칭으로 입소문을 타며 줄줄이 출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쏟아지는 ‘열공폰’들이 정말 쓸 만한지 궁금해졌다. 사용해볼 대상으로는 SK텔레콤의 ‘LG폴더’를 골랐다. 문자, 전화만 되는데다 심지어 폴더폰인 점이 아날로그 감성을 일깨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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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수험생에게는 ‘강추’다. 공부를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에 손이 가고, 정신을 차리면 한두 시간쯤이야 훌쩍 사라지기 일쑤인 수험생이라면 더욱 그렇다.

일단 데이터를 쓸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피처폰(일반폰) 시절 흔했던 내장 게임조차 하나 없다. FM라디오, 음악, 카메라, 캘린더 정도가 전부다. 멍하니 키패드를 누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누가 만들었는지 참 독하다 싶다.

첫 날은 견딜만했다. 폴더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착’하고 휴대전화를 펴드는 느낌이 향수를 자극하는 측면도 있었다. 지하철에서 전화를 받을 때는 다소 주변의 시선이 신경쓰였지만 내심 “이 정도라면 괜찮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비는 빨리도 찾아왔다.

당장 둘째 날부터 “이참에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나 할까”라고 가볍게 접근했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도 모르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도 발견하게 됐다. 아침에 출근하는 시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 등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LG폴더의 경우 원하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3일째 아침, 결국 인터넷 제한을 해제했다. 조그마한 액정을 가득 채운 네이버 화면이 어찌나 반갑던지. 터치도 되지 않고 익숙치 않은 방향키만으로 웹서핑을 해야 했지만, ‘이게 어디냐’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되면 휴대전화 리뷰가 아니라 디지털 금단현상 체험기라고 해야 할 정도다.

체험 기간 동안 무엇보다 불편했던 점은 카카오톡(카톡)을 쓸 수 없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인 용건이야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사용했다. 당분간 카톡을 쓸 수 없으니 문자로 연락 달라고 주변에 알려도 놨다.

문제는 업무용 단톡방이다. 불시에 날아드는 팀원 대상 공지사항, 취재 및 기사작성 지시, 온라인 팀회의까지…. 자연히 어딜 가든 노트북을 껴안고 다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다. 모바일 카톡 대신 노트북에 깔아놓은 PC용 카톡을 쓰기 위해서다. 일종의 꼼수인 셈이지만, 업무상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주말에도 괜히 노트북 주변을 기웃거리며 PC용 카톡을 쓰긴 했지만 말이다.

부끄럽지만 당초 계획했던 체험기간 일주일을 채우지는 못했다. 후다닥 원래 쓰던 스마트폰으로 유심을 바꿔 끼우고 나니 비로소 안심이 됐다. 한편으론 공부에만 ‘올인’해야 하는 수험생활이 지나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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