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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소변·양배추·염소똥?…야구선수들 기상천외 민간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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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들은 부상을 치료하고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허무맹랑한 것처럼 보이는 방법이라고 할지라도 일단 시도하고 본다. 자신의 소변을 손에 묻히고, 양배추를 머리에 올리기도 하며, 벌침을 맞기도 하는 등 기상천외한 민간요법을 동원한다.

물집이 잡힌다면 소변을 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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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물집으로 강판되는 신재영.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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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투수 신재영(29)은 손가락에 고질적으로 물집이 잡혀 제대로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5승을 올리며 신인상을 받았을 때에도 시즌 중 손가락 물집으로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손가락 물집에 트라우마가 생기면서 신재영은 지난해부턴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6승(7패)에 그쳤고, 올해도 승수 페이스가 더디다. 25일까지 3승(4패)을 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7.17로 부진하다.

신재영은 손에 땀이 많은 체질이다. 야구공을 항상 손에 쥐고 사는 투수에게는 악조건이다. 땀 때문에 손이 축축해진 상태에서 로진을 만지면 갑자기 건조해지는데, 그러면 살갗이 갈라지게 되고, 강한 힘으로 공을 반복해서 던지면 물집이 생긴다.

신재영은 등판하는 날이면 경기 도중 손가락 물집이 잡힌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스스로 교체를 말하기도 한다. 여러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봤지만, 물집이 잘 잡히는 체질이라서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 신재영은 다한증을 치료하기 위한 전기 치료기를 사들여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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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투수 신재영이 물집이 잡힌 부분을 심판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 KBSN스포츠]




최근에는 치료제로 소변을 쓰고 있다. 팀 동료인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제이크 브리검이 소변을 써 보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소변 요법은 야구 선수들 사이에선 오래된 민간요법이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선 투수들이 물집을 치료하기 위해 손에 소변을 묻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재영은 "소변 사용이 처음에는 찝찝했는데, 최근에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물집이 생긴 뒤 손가락이 아무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투수들은 손톱에 특히 민감해 애지중지 관리한다. 투수 이용훈(은퇴)은 2008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뛸 때 경기 도중 중지 손톱이 깨져서 위로 들리면서 피가 나왔다. 일반인에겐 평범한 상처지만 투수에겐 부상이라고 부를 만했다. 이용훈은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때 미국에서 온 외국인 투수 마티 매클레리가 '올리브 오일'을 추천했다. 올리브 오일에 깨진 손톱 부위를 담그면 손톱이 빨리 자란다는 것이다. 올리브 오일에 포함된 비타민이 손톱에 영양을 준다고 한다.

머리에 열나면 양배추, 골절상엔 염소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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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의 에이스 박명환이 공을 던지다 모자 속의 양배추 더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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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투수 박명환은 '양배추 투수'로 유명하다.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2005년 6월 서울 잠실 한화전에서 역투하다가 모자가 벗겨졌는데, 양배추 잎 한 장이 마운드에 떨어졌다. 알고 보니 평소 갑상선항진증이 있었던 박명환은 남들보다 더위나 피로를 더 빨리 느껴 열을 식히기 위해 양배추를 머리에 얹고 던졌다고 한다. 미국 야구의 '전설' 베이브 루스도 이런 방법으로 더위를 식혔다고 한다.

그러나 박명환은 더는 양배추를 머리에 얹을 수 없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투수가 이물질을 몸에 붙이거나 지니고 있을 때 퇴장시킬 수 있다’는 야구규칙에 따라 양배추를 모자 속에 넣는 것을 금지했다. 박명환은 이후 열을 식히기 위해 매 이닝을 마칠 때마다 새 언더셔츠로 갈아입는 등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SK 와이번스에서 뛰었던 호세 카브레라는 2005년 오른 검지 골절상을 당했는데, 특별한 치료를 받기 위해 고국인 도미니카 공화국에 가야한다고 했다. SK 구단은 이를 허락했다. 카브레라가 말했던 특별한 치료는 자신의 고향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이었다. 염소 장기에서 추출한 성분들로 밴드를 만들어 부상 부위에 감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하면 뼈가 빨리 붙는다는 것이다. 그 후 카브레라의 별명은 '염소똥'이 됐다. 이외에 근육통이 많은 야구 선수들은 벌침을 맞아 통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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