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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게 호텔리어 진짜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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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리천장은 남성에게도 있다. 2000년 마흔에 접어든 호텔리어 남기덕 씨는 기회를 저울질했다. 계속 일해도 올라갈 수 있는 자리가 정해져 있었다. 한국 호텔 총지배인을 외국인이 맡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외국으로 나갔다. 아예 이방인이 되어 외국에서 경쟁하기로 했다.

한국을 떠난 지 18년, 그는 한국 지역 전체를 담당하는 부사장으로 돌아왔다. 웨스틴 타이베이와 광저우에서 총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중국 남부 지역 52개 호텔 총괄 부사장 직책을 수행한 후다. 지난 2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만난 남기덕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한국지역담당 부사장(58)은 "한국 젊은 호텔리어들에게 외국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중국 남부(광둥, 충칭, 구이저우) 지역 스타우드 호텔을 총괄하는 부사장으로 근무할 때 이 지역에만 한국 총지배인 3명이 신규 부임했다. 지난해 호텔 그룹인 스타우드와 메리어트가 합병하면서 그는 메리어트로 소속이 바뀌었다.

올해 메리어트는 한국에만 6개 호텔을 오픈한다. 서울 마곡 코트야드메리어트 등 5곳은 운영 중이고, 하반기에 해운대에 한 곳 더 연다. 작년까지는 메리어트와 스타우드 계열 호텔을 전부 합쳐 16개뿐이었다. 국내 호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와중에도 공격적인 확장세다.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3~4년 내에 한국 내 메리어트 호텔은 35개로 불어난다. 메리어트는 원래 한국, 일본, 괌을 한 개 지역으로 보고 관리하다, 한국과 일본 시장이 성장하자 올해부터 각각에 부사장을 따로 뒀다.

남 부사장은 "호텔 오픈이 많아지는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두 개 호텔체인이 합병하다보니 (확장)속도가 빠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호텔 실적이 준수하다"고 설명했다. 오픈 2년 차인 '코트야드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은 지난해 대비 투숙률이 30% 늘었다. "길게 보면 한국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단정 짓기 어려워요. 지금은 대도시에 주로 오픈하지만, 휴양하기 좋은 지방에 리조트도 더 낼 가능성이 있죠." 그는 "메리어트는 현재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640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데, 3년 안에 1000개로 늘린다는 중장기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른 호텔 성장을 견인하는 일등 공신은 중국 여행객이다. 그는 "방콕, 발리, 몰디브에서도 거리에서 들리는 말은 중국어뿐"이라며 "춘제 때 중국 호텔 객실 99%가 내국인으로 차는 걸 보며 13억명 중국 인구를 실감했다"고 했다. 메리어트가 지난해 알리바바 여행서비스업체인 플리기(Fliggi)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것도 알리바바(타오바오) 회원 5억명을 거점 삼아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는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여행객 '낙수효과'가 사라졌다. 한국 내 메리어트 호텔에서 한때 30%에 육박했던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자유여행객(FIT)이 돌아오면 그는 한국 호텔 시장도 더 성장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는 최고급부터 실속형까지 30개 브랜드로 호텔 브랜드를 세분화한 것도 메리어트의 장점으로 꼽았다. 지역별로, 고객 연령별로 맞춤형 호텔 브랜드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33년 호텔 경력 중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보냈다. '소수'를 자처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 18명 중 첫 한국인 부사장 직함을 달았지만 비주류라 남모를 어려움도 많았다.

"우리나라는 동남아시아 트렌드를 선도하는 세계 10위 경제대국이지만 밖에서는 한국을 너무 모릅니다.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출신도 호텔 업계에 많은데 한국 사람은 아직도 적어요." 그가 돌아와 하고 싶은 일도 결국 '한국 알리기'다. "한국을 더 알리고, 한국인이 세계 호텔로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유진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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