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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美 '한국은 지켜봐 달라' 메시지… 말 아끼는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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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美北회담]

文대통령 "문제 해결 위한 진심은 변하지 않아… 美北 정상 간 직접 대화로 해결 기대"

美, 우리 정부의 직접 관여 꺼려… 靑, 모든 현안에 "지금은 말 못해"

두 차례 NSC회의 열고 대책 논의, 서훈·폼페이오·김영철 채널 가동

"판문점 선언 따라 남북관계 개선" 남북 핫라인 통화엔 "검토 안해"

청와대는 25일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 간 직접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판문점 선언'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0시부터 한 시간 동안 청와대 관저에서 정 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NSC 상임위 멤버들과 심야 회의를 했다. 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미국과 북한)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 참모들은 모든 현안에 대해 "지금은 말할 수 없다" "알지 못한다"며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여민관을 비롯해 청와대 경내에선 큰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고 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며 "미·북 회담 재개라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용 세계은행(WB) 총재를 접견했지만, 대북(對北) 투자 등 북한이나 미·북 회담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25일 0시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발표와 관련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문 대통령, 강경화 외교장관, 송영무 국방장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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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소식통은 "미·북 간에 다시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을 물밑 논의하고 있다"며 "다만, 한국 정부가 직접 관여하는 대신 미·북 간 대화를 지켜봐 달라는 분위기"라고 했다. 우리 정부가 말을 아끼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미국의 기류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가운데 누가 끼기보다는 미·북 정상 간 직접 대화로 회담 재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나 김계관 제1 부상 등 대리인(代理人)을 통한 간접 대화가 불신(不信)을 키웠다는 지적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는 한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북(對北)과 대미(對美) 등 외교 채널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서훈 국정원장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전부장 간의 대화 채널을 다시 가동하고, 정의용 안보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전화 통화도 추진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전화 통화를 갖고 미·북 회담이 재개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미·북 회담 취소와 무관하게 남북 고위급 회담 재개 등 남북 관계 개선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 지원 및 교류 내용이 다수인 '판문점 선언'만 강조할 경우 대북 제재 이완과 한·미 동맹 균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핫라인 통화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미·북 회담의 성사가 핵심 의제였던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지 24시간도 안 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이 공개되기 몇 분 전에야 조윤제 주미 대사에게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정의용 실장은 회담 전 "북·미 정상회담은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고 했었고, 다른 청와대 참모들도 회담을 성공적이라고 자평(自評)했었다. 한·미 동맹과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 모두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정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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