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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NOW] "우리동네 폐교엔 귀신 없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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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마다 공포체험단 '잠입'… 사유지 된 곳 많아 땅주인들 골치

학생 수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가 많다. 이 폐교를 돌며 공포를 체험하는 모임이 생기고 있다. '출입 금지' 안내문이 있지만 무시하고 들어간다. 밤이면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에 경찰과 토지 소유주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회사원 오모(29)씨는 지난달 군대 동기 3명과 함께 대전의 한 폐교를 찾았다. '폐교 탐방'을 위해 올해 초 만든 동호회였다. 밤 10시가 넘은 시각 학교로 들어가려던 오씨 일행은 정문을 지키던 경비에게 저지당했다. "왜 들어가지 못하게 하느냐"며 한 차례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곳 부지는 폐교 이후 매각돼 현재는 사유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는 "주말 밤만 되면 3~4명씩 몰려와 들어가게 해달라고 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같이 폐교 탐방 갈 사람을 구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온다. '날도 더워지는데 폐교 탐방만큼 시원한 경험도 없을 것'이라며 회원을 모집한다.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은 지인들끼리 함께 폐교를 탐방하는 동호회를 만들기도 한다. 작년 10월에는 한밤중에 폐교된 교실에 들어가 돗자리를 깔고 라면을 끓여 먹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영상 속 주인공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폐교에 가 달라'는 요청을 받아 촬영했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폐교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82년 이후 올해 3월 1일까지 폐교한 국내 초·중·고등학교 수는 3752개소에 이른다. 이 중 60%가 넘는 2339개소는 매각됐다. 993개소는 문화 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폐교에는 '출입 금지'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폐교에 들어갔다가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 2년 전 한 30대 남성이 한밤중 폐쇄된 한 여고에 들어갔다가 하수종말처리장에 빠져 익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산의 한계 때문에 늘어나는 폐교에 모두 경비 인력을 배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사유지인 매각 부지에 들어가 쓰레기를 버리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골칫거리다. 지난 2월에는 한 50대 남성이 전남 곡성의 한 폐교 유리창을 부수고 불을 질렀다.

[구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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