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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명박 “재판부, 묻고 싶은 것 있는 날에만 불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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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상태 고려” 불출석 사유서 제출…법원, 허가하지 않을 듯

경향신문

뇌물·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23일 첫 재판에 출석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77·사진)이 재판부에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날에만 재판에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현행법상 이 전 대통령처럼 중형이 예상되는 피고인은 재판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부가 이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25일 법원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 부장판사)에 이 같은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한 강훈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번(23일) 재판 기일에 갔다와서 식사도 못하고 잠도 못 주무셨다면서 증거조사 기일 중 재판부가 대통령에 관해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날을 제외한 나머지 기일에는 안 나갔으면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현재 재판부가 잡은 증거조사 기일이 22회인데 일주일에 2~3회씩 재판이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3개월가량은 재판부가 특별히 부르지 않는 한 불출석하겠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76조는 피고인이 출석한 때만 재판을 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자신에 대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봐야 방어권 행사에 도움이 된다는 권리적 측면과, 검찰 수사 결과 기소된 사람으로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의무적 측면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다만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공소기각 또는 면소 판결을 할 것이 명백한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법원 허가 없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고,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해당하는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불출석 허가 신청을 낸 뒤 법원이 허가한 경우에 불출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처럼 혐의가 15개에 달하는 데다가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피고인은 재판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의사에 대해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진심은 언제든 법정에 나가 진실이 무엇인지 검찰과 다투겠다는 것”이라는 게 강 변호사 설명이다.

강 변호사는 “검찰이 제출하는 증거의 내용을 설명하는 증거조사 기일엔 (피고인) 출석의 필요가 없는 듯하므로 건강 상태를 고려해 불출석하겠다는 것”이라며 “법원이 확인하고 싶은 게 있으니 출석해달라는 요청을 변호인을 통해 하면 그 기일엔 출석할 것”이라고 했다.

재판부가 이를 허가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오는 28일 열리는 2회 공판에 이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재판부는 재판을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16일 재판 거부 선언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66)도 ‘건강상 이유’를 대며 재판에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재판을 연기한 뒤 그래도 박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자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한다고 보고 궐석 재판으로 진행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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