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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토픽브리핑 | 구글 어시스턴트의 진화로 본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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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 I/O 행사에서 CEO 순다 피차이는 인공지능이 미용실을 예약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듀플렉스(Duplex)라는 이름의 이 기능은 인공지능이라 이야기하지 않았더라면 사람끼리의 대화로 생각할 수도 있을 정도로,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능력, 맥락을 알고 알아서 대답하고, 추임새까지 넣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직접 전화 걸어 식당 예약까지" 구글 I/O에서 공개된 어시스턴트의 진화

신기함과 무서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충격이었다. 식당이나 미용실 예약 전화를 꺼리는 사람들에겐 아주 반가운 기능이겠으나, 그 과정에서 구글 어시스턴트가 사용자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무섭다. 일단 예약할 곳의 전화번호를 찾으려면 사용자의 위치나 동선을 알아야 하고, 캘린더에 접근해 일정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기계를 사람답게 만든 결정적 요소인 ‘음…’ 이란 추임새는 인공지능이 세계를 정복하는 SF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광범위한 AI 적용, 인터페이스 개선, 그리고 스마트폰 중독 해결까지” 구글, 안드로이드 P 신기능 공개

듀플렉스 외에도 구글은 I/O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을 접목한 다양한 기능들을 선보였다. 지메일에서는 사용자가 타이핑하는 것에 따라서 이메일 작성 시의 상황과 습관 등을 파악해 문장을 제안한다. 안드로이드 P에는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해서 특정 시간에 사용하는 앱을 예상하고 CPU 사용량을 최적화하고 화면 밝기를 스스로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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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인공지능, 즉, 구글 어시스턴트가 이렇게까지 유용하게 진화한 배경에는 사용자들이 ‘의심 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제공한 사용 데이터가 있다. 구글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전으로, 사용자들에겐 음성 검색, 구글 나우, 나우 온 탭 등 여러 형태로 서비스되다, 2015년에서야 구글 어시스턴트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의 사용자들이 구글에 어시스턴트 학습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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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유사한 인공지능 가상 비서인 애플의 시리(Siri)와 비교해보면 된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방식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 쉽게 설명하면, 구글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학습시키는 반면, 애플은 사용자 데이터를 기기 안에만 머무르게 하고, 기기 속에서 학습한다.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 모수에 큰 차이가 있다.

단적으로 구글 포토와 iOS 앨범에 인공지능을 더해 사람을 인식하고 각각의 앨범을 만들어주는 기능이 있는데, 정확도나 세밀함은 구글이 압도적이다. 구글 포토는 지금의 얼굴과 40년 전 흑백 사진 속 얼굴까지 매치시킨다. 가끔 들여다보면, 조금 섬뜩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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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시스턴트는 집안으로도 들어왔다. 언제 어디서든 ‘오케이 구글’이라고 부르면, 구글 홈이 대답한다. 반대로, 언제든 우리의 대화를 들을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실제로 이런 기능을 활용한 공격이 진행 중이며, 비단 구글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정용 스마트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알렉사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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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인공지능의 혜택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세상은 점점 더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꼭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이미 개인정보는 공공정보라는 유머가 더 이상 유머가 아닌지 오래다. 하지만, “사용할 수록 편해진다”는 인공지능의 달콤한 유혹은 “개인 정보를 더 많이 포기할 수록 편해진다”는 말과 같다는 불편한 진실도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김현아 기자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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