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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미국 수입차 관세폭탄 변수…바짝 긴장한 국내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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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도 악재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수입차에 대한 관세 인상률을 현행 2.5%에서 25%로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국내ㆍ외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25%관세가 부과될 경우 사실상 수출이 봉쇄되는 만큼 관세 인상에 대비한 수출전략 수정ㆍ검토에 들어갔다. 경기불황 등으로 내수가 침체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봉쇄될 경우 현대차의 선택지는 거의 없다. 현대차의 고민의 골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승용차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무시하고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미국의 관세 규정을 따라야 할 상황이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단계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관세 폭탄으로 피해는 만만치 않다. 관세가 오르면 신차 물량 가격인상과 해외 생산 문제, 국내 고용 축소 등의 문제들도 연달아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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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체의 미국 수출 대수. 자료=한국수입자동차산업협회


(단위 : 대) 국내 업계는? "지켜보는 상황"..."결국 정부가 나서야 할것"

25일 한국수입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대미 수출 물량은 현대자동차 30만6935대, 기아자동차 28만4070대, 한국GM 13만1112대, 르노삼성자동차 12만3202대다. 쌍용자동차는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물량이 없으나 최근 잇달아 해외에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미국 자동차 수출 물량은 2015년 106만6164대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해 지난해 84만5000여대로 줄었다. 올해 1분기에도 17만8980대로 지난해 동기보다 22.0% 줄었다.

이에 따라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내 수입차에 대한 25%의 관세 부과는 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곧바로 미국 자동차 수요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 미국 수출과 판매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큰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과 수출을 늘려 미국 시장에서 판매 회복을 노리는 현대차에겐 관세 인상 부담은 엄청나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2020년까지 8개 차종의 SUV를 출시해 현지 트렌드에 발맞춰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관세 정책이 돌발 변수로 등장하는 바람에 전략 검토와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판매 중 수출 비중은 각각 43%, 64%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SUV는 싼타페와 투싼, 기아차는 쏘렌토 등이 있다. 코나를 포함한 다른 차종은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전량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내부 분위기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라고 답했다.

산업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답은 두 가지 밖에 없다”면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기간에 미국을 설득해 내야 한다. 아니면 현지 생산 확충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현지 생산을 늘리게 되면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고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생산설비 증설과 이전 등은 노조와 협상 문제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조사하는 동안 미국을 어떻게 설득하냐가 관세 부과 여부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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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위태로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자동차는 미국이 수입하는 제품 중 비중이 가장 큰 항목이다. 전체 미국 수입의 15% 이상을 차지한다. 이전에 관세 인상 대상인 철강재보다 1%포인트 이상 많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 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주의 입장을 사계 무역체제에 선보인 셈이다.

미국은 자국 자동차 수요 1786만대 중 절반인 848만대를 수입한다. 미국 내 자동차 생산(1217만대)의 절반은 GMㆍ포드ㆍFCA 등 미국 빅3 업체(636만대)가 주도한다.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업체가 400만대, BMWㆍ벤츠 등 독일차가 91만대, 현대ㆍ기아차가 75만대를 생산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고율의 관세를 적용한다면 세계 무역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본이 단독으로 미국에만 1년에 170만대의 4륜 차량을 인도한다. 독일은 자동차 관련 수출로 얻는 수익이 300억달러가 넘는다.

고율의 관세부과는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준다. 미국 자동차 판매는 소비자 지출의 11%를 차지한다. 가격 인상 또한 경제를 둔화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약 200만명에 이르는 자동차 딜러들의 일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과거 양자 간 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반면교사 삼아 미국의 생산량과 고용을 늘려왔다. 그러나 그들은 국내 시장에서 공장 활용과 노하우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에서 고급 세단과 대형 세단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중요한 시장 중 하나다. 일본은 2017년 174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했다. 이는 일본 자동차 전체 생산량의 약 18%에 육박한다. 이 중 토요타는 자사 고급브랜드 렉서스를 포함하여 연간 70만대 이상을 미국에 수출한다. 토요타 상위판매 매출 26%는 미국에서 발생한다. 이 비중이 닛산은 28%, 혼다는 32%에 해당한다. 미국이 10배의 관세 인상을 결정한다면 이들은 판매 유지를 위해 미국에서 생산을 도모해야 한다.

코가이 마사이치 토요타 사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예고한 24일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대처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토요타는 2021년 미국 시장에 단거리 무선 기술을 이용해 차량 간 대화가 가능한 차량을 판매할 계획이지만,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멕시코 제 자동차에 타격을 입을까 우려하고 있다.

토요타는 이날 3%, 닛산은 2%, 혼다는 3%, 마쓰다는 5% 이상 하락하면서 자동차 제조사 주가는 24일 하락세를 맞이하고 장을 끝냈다.

유럽 자동차 업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같은 고급형 자동차 브랜드는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이에 트럼프 정부가 실제로 25% 관세를 적용할 지에 대해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스기히토 코이치 모건스탠리 증권 연구원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국내 생산과 판매를 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반발에 나설 것이고 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장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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