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없애려던 통계 되살린 기재부의 자충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관가엿보기]정부·여당 주도로 가계동향조사 소득통계 존속시켜…바람과 다른 통계에 당혹감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에 부담스러운 통계가 하나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다. 통계청이 없애려던 이 조사를 기획재정부가 되살렸지만 되려 기재부의 발목을 잡았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분위(소득하위 20%)의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감소폭은 2003년 이후 최대다.

1분위와 달리 5분위(소득상위 20%)의 가계소득은 9.3% 증가했다. 분배지표가 나빠진 건 당연하다.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5.95배로, 2003년 이후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했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우는 현 정부의 목표와는 다른 통계가 나오자 정부 당국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통계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기획재정부가 배경 브리핑까지 했을 정도다.

가계동향조사를 둘러싼 논란을 감안하면 자충수로 볼 수밖에 없다. 통계청은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통계를 올해부터 없앨 예정이었다. 무응답률이 높아 통계 신뢰도에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황수경 통계청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이 조사의 표본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국민들한테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우려가 있다고 해서 문제 제기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통계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살아 남았다. 여당은 "소득주도성장의 정책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예산 편성을 주장했다. 결국 통계청에서 신청하지도 않았던 28억53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정부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작성한 문건을 보면 기재부는 지난해 10월27일 소득 통계를 존속해야 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통계청에 보냈다. 가계동향조사의 소득 통계가 올해도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다.

올해 2월만 하더라도 정부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당시 발표된 지난해 4분기 가계동동향조사 소득 통계에 따르면 가계의 실질소득은 1.6% 증가했다. 8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9분기만에 증가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를 두고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며 "특히 1분위 소득이 크게 증가하는 등 좋은 소식"이라고 표현했다. '기분 좋은 통계'라는 말은 최근까지도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정반대의 통계가 나오자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실패 근거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해고자의 영향으로도 풀이한다.

기재부는 "1분위의 70세 이상 비중이 상당히 이례적으로 큰 폭으로 뛰었다"며 "최저임금의 영향은 현재까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으로 판단하기 이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