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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지역의 가야시대 최고 지배자급 무덤이라 큰 기대를 했는데…. 깨진 토기와 구슬, 철기의 조각들 뿐이니 안타깝네요.”
경남 의령군 지정면 유곡리에는 1500여년 전의 가야시대 고분 23기가 밀집돼 있다.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유곡리 고분군’이다.
의령군과 창녕군의 경계를 이루는 낙동강 서쪽 구릉의 정상부를 따라 자리한 고분군은 의령군 내 고분군들 가운데 최대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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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곡리 고분군에 대한 첫 발굴조사가 최근 이뤄졌다. 문화재청이 한국매장문화재협회에 위탁한 비지정 매장문화재 학술발굴조사의 하나다.
발굴 대상은 20여 기의 고분들 가운데 ‘2호분’이라 이름 붙여진 가장 규모가 큰 고분이다. 조사 결과 무덤의 규모나 체계적인 축조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2호분은 5세기 후반 조성된 이 지역 최고 지배자급 무덤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최고 지배자급 무덤에 걸맞은 유물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발굴된 유물들은 깨져버린 토기와 구슬 조각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야 철기문화를 상징하는 철기들도 꺽쇠 정도가 확인됐을 뿐이다.
도굴로 이미 모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발굴조사를 벌인 (재)경남발전연구원 고민정 센터장은 25일 “당시 지배자를 상징하는 대도(큰 칼), 철모같은 철기류, 다양한 토기류 등을 기대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 센터장은 “개석(무덤방의 뚜껑돌)마저도 깨지거나 없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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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과정에서 도굴꾼들이 무덤 속 유물들을 꺼내기 위해 판 도굴갱들의 흔적도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발굴단 관계자들은 “외진 곳이다보니 도굴꾼들이 더 설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유물은 없어졌지만 발굴단은 의령 지역에 있는 대형 고분의 내부 구조, 축조 방법 등을 확인하는 학술적 성과는 거뒀다.
2호분 무덤방은 반지상식의 구덩식 돌덧널무덤(수혈식 석곽묘)으로, 길이 820㎝, 너비 100~120㎝로 좁고 긴 모양이다. 편평하게 돋아 올린 묘역의 가운데를 좁고 길게 판 후에 사방에 네모나게 다듬은 돌을 10단 정도 쌓아 만들었다. 봉분은 먼저 묘역의 가장자리를 깎아 내거나 흙을 쌓아 바닥을 편평하게 한 후 작은 돌들을 채워 쌓아 올렸다. 그 사이사이에서는 당시 제사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그릇 등 토기 조각들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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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단은 앞으로 2호분 근처의 3호분을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다. 발굴이 더 이뤄지면 고령의 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창녕의 비화가야와 영향을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의령 지역의 가야세력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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