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보복 수사” 주장했던 고영태 반 년 만에 재수감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法 ”최순실 통해 인사개입, 지속적으로 대가 요구“
투자사기, 도박장 운영 무죄... “수익금 바란 정도”

관세청 인사에 개입해 뒷돈을 챙긴 혐의(알선수재)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태(41)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조선일보

관세청 인사와 관련해 청탁과 함께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25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고영태씨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2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고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작년 10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재판을 받아왔던 고씨는 실형 선고로 보석이 취소됐다.

재판부는 "이른바 대통령 비선실세이던 최순실의 관세청 인사비리에 관여하면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공무원에 대한 인사 청탁이 이뤄지게 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대가를 요구해 죄질이 무겁다“고 했다. 다만 “청탁 내용이나 결과에 비해 받은 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고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

◇ “나는 고발자”... 6개월 만에 석방, 7개월 뒤 재수감
고씨는 2015년 인천세관본부 소속 사무관 이모씨로부터 '가까운 상관을 인천본부세관장으로 승진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22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최순실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 청탁 대상의 이력서를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작년 4월 고씨를 체포·구속했으나 법원이 같은 해 10월 보석으로 풀어줬다.

고씨 측은 재판에서 “본인 수사를 피하려고 이씨가 허위 진술한 것이다. 일절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는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검찰에 금품 제공을 털어놓은 뒤 관세청에 자진신고해 중징계까지 받게 됐다”면서 “이씨가 고씨를 모함하거나 음해할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고씨는 지난 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최순실씨를 등에 업고 이권을 얻으려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제가 왜 저지르지도 않은 일로 재판을 받는지 억울하다"고도 했다. 그는 "협박성 압력을 받았지만 용기를 내 (국정농단 관련) 내부 고발을 했다"며 "제 억울함이 풀어지지 않는다면 누구도 불의를 고발하는 일에 대해 보복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고씨는 한때 최순실씨 최측근으로 일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방 등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씨와의 사이가 틀어진 뒤 국정농단을 언론에 폭로했다.

돈을 건넨 이씨는 재판에서 “(고씨 측이) ‘자리에 앉혔으니, 뺄 수도 있다’며 금품을 요구해 와 모멸감을 느꼈지만, 실제 인사 영향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어 빼앗기듯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고씨가 챙긴 2200만원에 대해 재판부는 추징을 명령했다.

◇ 투자는 실패… “씀씀이 컸던 고영태, 2016년 들어 곤궁”
고씨는 주식 투자금 명목으로 8000만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사기), 불법 인터넷 경마도박 사이트를 공동 운영한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도 받았다. 검찰은 고씨가 “원금보장과 함께 3개월 내 수익을 내주겠다”고 꾀어 정모씨 돈을 가로챘다고 의심했다. 검찰은 또 고씨가 2015년 말 구모씨의 사설 경마도박장에 억대 자금을 투자하고 공동운영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그러나 증거부족을 이유로 이들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씨가 ‘수익나면 좀 챙겨달라’고 말한 정도일 뿐 구체적인 투자수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해 아무 약속도 한 적 없다”면서 “(고씨를 고소했던)정씨도 법정에서 ‘주식하면 손해 볼 수도 있지, 나름 괜찮은 투자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했다. 사설 경마도박을 공동 운영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구씨는 ‘투자금을 자신의 도박자금 등으로 썼고, 고씨는 센터 운영에 관심없이 투자수익만 노렸다’고 진술했다”며 “고씨를 공동운영자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고씨는 가방 제조업체 ‘빌로밀로’를 폐업한 뒤 차린 사무실에서 주로 지인들과 주식 투자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공동운영자로 지목됐던 사설 경마도박이 고씨에게 수익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1억원 넘게 자금을 댄 고씨가 받은 수익금은 400여만원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고씨에 대해 “평소 씀씀이가 컸던 것으로 보이는데 2016년 초 무렵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했다. 법원에 따르면 고씨는 관세청 인사 개입 관련해서도 뒷돈 외에 따로 사업 이권을 요구하거나, 수출사업을 할테니 거래처를 소개해달라며 공무원에게 보챘다고 한다.

이날 푸른색 정장에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와 굳은 표정으로 선고를 듣던 고씨는 재판장이 “무죄판결 부분을 일간신문 등에 실어 알리기를 원하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정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