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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판사 블랙리스트' 조사결과, 이르면 오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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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the L] 양승태 대법원장 지시·보고, 연루자 형사고발 여부 관심…'부실 셀프조사' 논란 땐 檢 수사 불가피

머니투데이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식을 마친 후 직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br><br>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취임한 양 대법원장은 전관예우 근절 등을 위해 평생법관제를 도입하고 재판 생중계 등 열린 재판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한편 과도한 사법행정권 사용과 수직적 조직문화로 사법부를 관료화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2017.9.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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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을 사찰하고 그 명단을 관리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가 이르면 25일 나온다. 정권과 관련된 재판을 전후해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교감을 나눴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에 담길 전망이다. 법원이 '셀프조사'라는 논란을 극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대법원에서 제3차 회의를 열고 조사결과를 검토한다. 조사결과는 회의 결과에 따라 이르면 이날 발표된다.

지난 2월 발족한 특별조사단은 지난해 초 양 전 대법원장의 정책을 비판하는 판사들을 사찰하기 위해 행정처가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이어 세번째로 구성된 조사 기구다.

이번 조사단에는 안 처장을 단장으로 노태악 서울북부지법원장, 이성복 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정재헌 행정처 전산정보관, 구태회 사법연수원 교수, 김흥준 행정처 윤리감사관 등 외부 인사 없이 판사들만 참여했다.

그동안 조사단은 지난 조사때 비밀번호가 걸려 열어보지 못한 760개 파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전 기획조정실 심의관 등 4명이 사용했던 컴퓨터를 대상으로 물적 조사를 진행했다. '국정원', '인권법', '상고법원' 등 사찰 관련 검색어 49개를 통해 추출한 3만5633개의 파일을 조사해 암호파일 82개 등 406개를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의심 파일로 분류, 우선 조사도 진행했다. 지난 4월16일부터는 파일 작성자 등을 상대로 작성 경위를 조사하는 등 인적 조사를 진행해 최근 마무리했다.

또 조사단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과 관련해 'BH(청와대)가 흡족해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행정처 문서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밖에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발동을 불법행위로 인정, 배상판결을 내린 부장판사 징계를 양 전 대법원장 등이 검토했다는 내용의 문건도 조사했다.

이날 3차 회의에서 조사단은 그동안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최종 보고서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법원은 논의가 길어질 경우 한 차례 더 회의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지난해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개혁을 주제로 한 판사들의 학술대회를 견제·축소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2월 행정처 기획제2심의관으로 발령됐던 이탄희 판사가 수원지법 안양지원으로 이례적으로 복귀한 이유가 밝혀지면서다. 이 판사는 행정처 발령 뒤 당시 이규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서 사법개혁 설문조사를 발표하려던 법관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학술대회 연기·축소 노력과 인권법연구회 회원 수를 줄이기 위한 행정처의 전문분야연구회 중복가입 해소 조치 정당화를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의혹은 양 대법원장의 행정처가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판사들을 사찰해왔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번졌고, 판사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대법원은 지난해 3월9일 전국 법원장 간담회에서 진상조사를 결정했다.

양 대법원장 시절 진행된 1차 조사에서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법원행정처 컴퓨터 등에 대한 물적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근거없다'고 결론을 냈고, 전국 법원에서 추가조사와 사법행정권 남용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자는 판사회의 의결이 연이어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게시됐다. 6월20일 열린 법관회의에 모인 전국 법원대표 100명은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추가 조사하라고 결의했지만 양 대법원장은 재조사를 거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후 진행된 2차 조사(추가조사위원회)도 이른바 '사생활 침해' 논란에 휘말리며 컴퓨터 사용자가 동의하지 않은 비밀번호 파일과 임 전 처장 컴퓨터를 조사하지 못했다. 다만 추가조사위는 2016년 대법원의 사법행정위원회에 참여할 후보 판사들을 진보·보수 성향 등 자의적인 기준으로 나눠 1,2,3순위로 표기한 '후보자 추천 문건' 등 법관 동향파악 문건을 다수 발견해 공개하면서 블랙리스트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밝혀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선고 전후로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청와대의 교감 내용을 담은 문건도 발견됐다. 행정처가 양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설립을 위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과 연결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재판에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그러나 2차 조사단은 김소연 전 대법관이 처장으로 있던 행정처는 임 전 차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전달을 거부했고, 조사한 컴퓨터도 당사자들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암호가 설정된 파일 760개(삭제 복구한 파일 300개 포함)도 열지 못했다. 인적조사도 7명에 그쳐 공개한 문건의 실행 여부도 확인하지 못했다. 긴급조치 피해자 손해배상 인정 판결 판사 징계 시도를 담은 문건이나 통상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청와대가 흡족해했다는 문건 역시 공개하지 못했다.

조사 착수 3달여만에 나오는 이번 3차 조사 결과에는 비밀번호 파일 등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는 물론, 문건 작성 경위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사 결과가 발표될 경우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두 차례 조사가 진행됐지만 공식적으로 징계를 받은 사람은 지난해 8월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은 이규진 전 상임위원 1명뿐이다. 양 전 대법원장부터 전 행정처장·차장·실장 등 행정처 고위 간부들의 개입 여부가 부실하게 조사됐을 경우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양 대법원장, 고영한 전 행정처장, 임 전 차장, 이규진 전 상임위원 등을 고발해 사건이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에 배당된 상태다.

조사단 측은 "사법행정권 남용의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에 대한 공정한 조치방향 등을 제시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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