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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개인 컵 쓰면 커피 최대 400원 할인… 시민들 "그 정도 아끼겠다고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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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일회용 컵 줄이자" 환경부, 21개 업체와 협약

대부분 기존 할인율과 엇비슷 "500~1000원은 깎아줘야 효과"

폴바셋·네스카페·공차는 불참

24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과 21곳 대형 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 대표 등이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텀블러 등 개인 컵을 가져온 소비자에게 가격 할인을 하고, 재활용이 쉽도록 컵 재질을 단일화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2015년 기준 커피전문점에서만 61억개 쓰였지만 재활용률은 5%도 안 되는 일회용 컵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나름대로 대책을 세운 것이다.

그런데 이날 오후 서울 중심가 커피전문점들의 풍경은 바뀐 게 없었다. 한 커피전문점 매장에선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손님 20명 모두가 일회용 컵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자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점원이 일회용 컵을 꺼내더니 주문 내용을 표시했다. "매장에서 마시고 갈 건데 플라스틱 컵을 사용해도 되느냐"고 묻자 "걱정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날 둘러본 다른 대형 커피전문점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21개 업체는 텀블러 등 개인 컵을 가져오면 브랜드별로 100~400원 할인하기로 약속했다. 스타벅스·카페베네·커피빈 등은 기존 할인율(300원)이 그대로 유지되고, 커피베이(200원)와 빽다방(100원)은 25일부터 할인한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할인율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재활용 전문가는 "500~1000원은 할인해야 개인 컵 사용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격 할인 외에 "컵 재질을 통일하겠다"는 약속도 나왔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은 대부분 페트(PET) 재질이지만, 일부는 폴리스티렌(PS)으로 만들어진다. 겉보기로는 구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같은 곳에서는 대부분 소각장으로 보낸다. 재질을 통일하면 자원 낭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환경부는 "재질 통일을 위한 세부 이행 계획을 6월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재활용이 어려운 알록달록한 색깔 종이컵에 대해서도 곧 사용 억제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 밖에 ▲일회용 컵 회수율 등 재활용 제고를 위한 활동 내역을 업체들이 반기마다 작성, 제출하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일회용 컵 전용 수거함'을 서울시내 주요 공원에 설치 등 내용에 대해서도 협약이 체결됐다. 환경부는 시민단체 등과 함께 매장별 협약 이행 여부를 정기·수시로 점검할 예정이다. 김은경 장관은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문화를 바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개인 컵 사용과 분리수거에 적극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한 업체는 총 21곳으로 스타벅스·엔제리너스·파스쿠찌 등 16개 커피전문점과 맥도날드·롯데리아 등 5개 패스트푸드점이다. 지난 2013년 협약 때보다 네 곳 늘었다. 이디야·빽다방·탐앤탐스 등 6개 업체가 이번 자발적 협약에 새로 참여했고, 네스카페·자바시티는 기존 협약에서 빠졌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4.9% 성장하며 주요 커피전문점 대열에 합류한 폴바셋과 포장 방식이 재활용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공차 등은 자발적 협약에 합류하지 않았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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