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낙태죄, 6년 만에 다시 헌재 심판대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女 결정권 침해" "태아 생명권 제한" 공개 변론서 의사-법무부 측 맞서

일부 재판관 "갈등요소 조화시켜야"… 2012년 '합헌'과 다른 결정 나올수도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 변론이 24일 열렸다.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6년 만에 다시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 사건은 69회 낙태 시술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한 산부인과 의사가 작년 2월 청구한 것이다. 형법 270조는 낙태 수술을 한 의사를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날 공개 변론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 중 무엇이 더 우선하느냐였다. 산부인과 의사 측 대리인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 운명 결정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낙태를 허용한다고 낙태율이 높아진다는 주장은 아무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했다.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법무부 측 대리인은 "태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된다"며 "생명권 제한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6년 전 낙태죄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태아는 그 자체로 어머니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심리에 참여한 재판관 8명 중 4명이 위헌 의견을 낼 정도로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위헌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났다.

이번에는 헌재가 그때와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진성 헌재소장은 작년 청문회에서 "일정 기간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고 했다. 김이수·강일원·안창호·김창종·유남석 재판관도 "태아의 생명 보호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유 재판관을 제외한 재판관 4명과 이 소장의 임기가 오는 9월 끝난다. 그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새 재판부가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 헌재 관계자는 "심리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올 9월 전에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박국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