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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북미 간 정상회담 줄다리기 계속...다음 주가 최대 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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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된 정상회담을 20일 앞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본격적 협상을 앞두고 상대방의 양보를 압박하려는 신경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팽팽한 기싸움 속에서도 핵심 쟁점인 비핵화와 보상 방식에 대한 요구 수준을 조금씩 낮추며 타협 가능성도 모색하는 모습이다.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 실무접촉은 회담의 성패를 가를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의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24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비판하며 북·미 정상회담 재고려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펜스 부통령의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지 않으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를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면 조·미(북·미) 수뇌회담 재고려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 성사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최 부상의 담화에는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나오는 강경론을 제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리비아식 핵포기를 고집하면 정상회담 성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앞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강요를 비난하며 회담 재고려를 위협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23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양보 제로(0)’를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양보한 게 전혀 없으며 그렇게 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궁극적으로 김 위원장에 달려있다”며 북한의 양보를 압박했다. 또 “올바른 거래가 테이블에 올려지지 않는다면 정중하게 (협상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는 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지나친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의회와 여론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동시에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그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향한 믿을 만한 조치가 취해지는 걸 보기 전까지 우리의 자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VID 목표를 재확인했지만, 비핵화 이후에야 보상할 수 있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믿을 수 있는 수준의 과감한 초기 조치를 취한하면 미국도 보상에 착수할 수 있다는 뉘앙스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물리적 이유 때문에 일괄 타결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단계적 비핵화의 여지를 남긴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의 정상회담 재고려에 연기 가능성을 제기하며 맞대응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회담)에 관해 다음 주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간 접촉 결과를 보고 회담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대표단이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 관리들과 만나 정상회담 장소, 형식 등은 물론 의제에 대해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트럼프 정부가 이 접촉과는 별도로 추가 고위급 대화도 희망한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전날 제3국에서 북측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에 나선다면 북한에선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차례 사전 접촉에서 접점이 찾아진다면 정상회담 준비는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면 입장차만 확인한다면 정상회담은 연기될 수도 있다. 북·미 간의 입장차가 세기의 담판으로 가는 길 위에 놓인 과속 방지턱인지 아니면 넘을 수 없는 장벽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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