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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고이즈미 부자, 안팎서 아베 협공…포스트아베 구도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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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고이즈미 前총리, 反원전 집회서 아베 비판·野후보 악수 '파격'

아들 고이즈미 수석부간사장, 아베 저격 발언으로 '인기몰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와 그의 차남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7) 자민당 수석 부(副)간사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안팎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아버지는 총리를 역임한 뒤 물러난 당의 원로이며, 아들은 차기보다는 차차기 총리를 노리는 신진 정치인이지만, 이들 고이즈미 부자의 움직임이 차기 총리를 둘러싼 자민당 내 역학구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수석부간사장
(도쿄 교도=연합뉴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수석부간사장. 그는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일각에서 '포스트 아베' 후보군의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2018.1.2 choinal@yna.co.kr



24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고이즈미 전 총리는 전날 니가타(新潟)현지사 선거를 앞두고 니가타현에서 열린 반(反)원전 집회에 참석해 "선거에서 원전 추진론자는 절대 당선시키지 않겠다. 원전만큼 돈이 들어가고 위험한 산업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한 기준을 만들어도 안전한 원전이라는 것은 일본에 하나도 없다"면서 아베 총리의 원전 재가동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원전을 중단시키는데 보수인지 혁신(진보)인지는 의미가 없다. 나는 자민당 총재를 한 적 있는 보수다"라면서 야권이 지지하는 니가타현지사 후보와 악수를 하기도 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아베 총리에 대해 비판을 쏟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재임 중 아베 총리를 관방장관, 자민당 간사장 등에 중용한 바 있어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리지만, '제자'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난 3월 BS후지에 출연해 사학스캔들에 대한 아베 총리의 해명과 관련해 "판단력이 이상해진 것 아닌가. 어떻게 그런 답변이 가능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4월 주간지 슈칸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는 아베 정권에 대해 "위험해졌다. 아베 총리의 (총리직) 사퇴는 현 국회가 끝나는 때가 아니겠느냐"며 아베 총리의 6월 사퇴설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친(親)아베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이런 행보와 관련해 "야당과 같은 시선에서 아베 총리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의 내각 사퇴 운동"이라는 여당 각료(장관) 경험자의 비판적인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원전제로' 촉구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버지 고이즈미가 정권 밖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고언을 쏟아내고 있다면, 아들 고이즈미는 정권 내에서 아베 총리를 저격하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고이즈미 부간사장은 지난 3월 재무성의 문서조작과 관련해 "자민당은 관료(공무원)에 책임을 몰아붙이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잘못을 공무원에게 돌리고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아베 총리를 비판했고, 같은달 문서조작에 대해서는 "전후 정치사에 남을 대사건이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라고 비판을 가했다.

고이즈미 부간사장이 아베 총리에게 특히 위협이 되는 것은 높은 대중적 인기 때문이다. 잘생긴 외모와 절제하면서도 힘을 주는 발언 등으로 호감을 얻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적합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이 18~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자민당 총재(사실상 일본 총리) 적합 인물 설문에서 32%로 수위를 차지하며 각각 23%에 그친 아베 총리와 유력 포스트아베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을 제쳤다.

같은 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서는 자민당 소속 정치인에 대한 감정을 온도로 써 달라는 항목에서 평균 60.4도(최저 0도·최고 100도)의 최고점을 얻으며 39.7도의 아베 총리를 멀찌감치 제쳤다.

아직 총리감으로는 어린 나이인 데다 오는 9월 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 의사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이처럼 대중적 인기가 높아지자 고이즈미 부간사장이 전격적으로 차기 총리직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산케이는 고이즈미 부자가 함께 움직이면 자민당 총재 선거의 판세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면서 이와 관련해 자민당 내에서 2가지 예측 시나리오가 퍼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가지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고이즈미 부자가 '반(反)아베'의 기치를 걸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고이즈미 부간사장은 지난 2012년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을 지지했었다.

다른 한가지는 고이즈미 부간사장이 직접 차기 총재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가 당내에서 젊은 의원들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토대로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자민당의 총재 선거가 파벌간의 합종연횡으로 당선자를 내는 방식이라서, 고이즈미 부간사장이 특정 파벌에 속해있지 않다는 사실은 한계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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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아베 일본 총리
(도쿄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도쿄 의사당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자신과 부인 아키에 여사의 사학스캔들 관련 재무성 문서조작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lkm@yna.co.kr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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