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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국산 강자 밀어내고… 중국 게임들이 치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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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모바일 게임이 안방 시장을 중국에 내주고 있다. 23일 한국 구글 앱장터에 따르면 게임 매출 상위 10위 안에 외산 게임 5개가 포진했고 이 중 4개가 중국산이다. 1위인 '리니지M(게임사 엔씨소프트)'과 2위 '검은사막 모바일(펄어비스)'만 국산 게임이고, 3~5위는 모두 중국 회사가 개발한 중국 게임이다.

게임업계는 "중국 수출길이 막힌 데 이어 국내 시장 수성(守城)에도 경고등이 켜졌다"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올해 1월에만 해도 구글 앱 장터 매출 10위 안에 한국 게임이 8개, 중국·일본 게임이 각각 1개였다. 넉 달 사이 매출 10위 안의 한국 게임은 3개가 줄었고 그 자리는 모두 중국이 꿰찼다. 애플 앱장터 앱스토어에서도 매출 10위 내 한국 게임은 5개, 중국 3개, 일본 2개 순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미국·유럽의 세계적인 히트작들이 매출 상위권에 오른 적은 있어도, 중국산 게임이 대대적으로 매출 상위 순위를 점령한 일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대작들은 모두 흥행 대참패

지난해 6월 한국에 출시된 중국 업체 심동네트워크의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은 매출 순위 20~40위를 오가다가 최근 대대적인 업데이트 이후 3위까지 치고 올랐다. 소녀전선은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을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귀엽게 제작해 국내 만화 팬들을 끌어모았다.

조선비즈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17’의 액토즈소프트 행사장에 국내 관객들이 몰린 모습. 액토즈소프트는 중국 샨다게임즈의 한국 자회사다. 중국 게임은 이달 들어 상위 매출 10위 안에 4자리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액토즈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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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동네트워크가 개발한 '라그나로크M:영원한 사랑'과 또 다른 중국업체 이펀컴퍼니의 '삼국지M'도 3월 출시 이후 각각 10위 안에 들더니 현재는 동시에 5위권 안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삼국지M의 경우 유비·관우·장비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삼국지 영웅들이 등장하고, 인기 배우 차승원이 TV광고를 한다. 한국 이용자를 노리는 중국 업체의 치밀한 전략,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에 밀려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은 6위까지 밀려났다.

반면 올해 기대를 모았던 국산 대형 신작 게임들은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출시된 넥슨의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듀랑고'는 개발 기간 5년 반, 개발비 200억원 이상이 든 게임이었다. 하지만 출시 초기 매출 4위를 찍더니 3월 말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 현재 221위다. 2년 넘게 개발한 국내 업체 게임빌의 기대작 '로열블러드'도 매출 588위로 흥행에 참패했다. PC게임 시장에서 세계적으로 4200만장 이상 팔린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도 지난 16일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됐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매출 순위 31위에 머물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신작 부재

국내 게임 업체들의 부진이 이어지는 원인으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신작 개발 지연과 과도한 게임 아이템 판매에 대한 이용자들의 거부감이 꼽힌다.

국내 1위 업체 넷마블은 올해 1분기 신작 게임을 단 한 개도 출시하지 못하다가 4월에야 첫 게임을 내놓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야근·주말 근무를 없애면서 게임 개발 시간도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해 넷마블의 1분기 매출(507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26%가 줄었다. 중국 현지 게임사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중국 개발자들도 노하우가 쌓여 중국 게임의 수준이 높아진 데다 중국 게임사들은 개발 기간에 24시간 2교대로 마치 제조공장처럼 일하니, 한국 게임이 출시 속도에서 이겨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은 창의적인 작업이지만 여러 개발자가 같은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며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게임이 과도한 유료 결제에 반감을 가진 국내 게임 이용자들을 끌어모았다는 시각도 있다. 국산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지만, 게임 도중 아이템을 구매해야 게임을 수월하게 즐길 수 있는 '부분 유료화' 구조다. 이용자 간의 게임 내 경쟁에서 '돈을 적게 쓴 이용자'가 아무리 열심히 게임을 해도 '돈을 많이 쓴 이용자'를 이길 수 없게 되자 이용자들이 외면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한국 게임이 지난 2~3년간 RPG(역할수행게임) 장르와 아이템 판매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것이 독(毒)이 됐다"며 "참신한 흥행작을 내놓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경업 기자(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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