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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日 영사관 앞 노동자상 지방선거 전까지 도로 위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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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구청 24일 행정대집행 절차 착수

여론 뭇매에 강제철거 강행 어려울 듯

중앙일보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후문 인근 인도 한복판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놓여진 가운데 경찰이 노동자상을 소녀상 옆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승용차를 앞에 세워두고 경찰병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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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강제노역 노동자 상이 6.13 지방선거 전까지 도로 위 신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부산 동구청은 24일 행정대집행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지만, 지방선거 이전에 강제철거를 강행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재선에 도전한 박삼석 동구청장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박철오 권한대행이 적극적인 행정을 할 리 만무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동구청이 소녀상 강제철거를 시도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3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본부 관계자는 “부산 동구청이 행정안전부와 외교부의 압박에 못 이겨 표면적으로 행정대집행을 통보했지만, 동구청 실무자를 만나보면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며 “행정대집행 권한은 동구청이 갖고 있어 행안부의 지시를 거절하면 행안부가 손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행안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례와 업무지침에 따라 노동절 날 공무원에게 특별휴가를 부여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행안부가 지자체의 권한을 침해하며 압박을 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자 상을 설치한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노동자상 건립특위)는 자진철거 계획이 없다고 명확히 했다. 부산 노동자상 건립특위 관계자는 “동구청이 24일 2차 계고장을 보내더라도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것”이라며 “동구청이 경찰 병력을 확보해 강제철거를 강행한다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부산 남구에 있는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설치하라는 행안부의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자상 건립특위 관계자는 “시민들은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하는 노동자상 제작 모금에 동참한 것”이라며 “일제강제동원역사관 앞에 노동자상을 설치하고 싶다면 부산시 재원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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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특별위원회가 지난 1일 오전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강제징용노동자상 설치를 시도하자 경찰이 시민단체 회원들을 강제로 분리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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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동구청은 예정대로 24일 절차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노동자상 건립특위에 계고장을 보내 자진철거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31일쯤 이행명령서를 보낸다는 방침이다. 이행명령서에는 강제철거일, 철거와 보관에 따른 비용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된다. 동구청 관계자는 “이행명령서가 발부되면 통상 2~3일 내로 집행에 나서게 된다”며 “6월 초에는 노동자상 강제철거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자상 건립특위는 23일 오후 7시 부산 동구 초량동 정발장군 동산 인근에서 노동자상 건립 촉구 시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발장군 동산은 일본 영사관 후문에서 100m, 노동자상이 높여있는 지점과 50m가량 떨어져 있다. 집회에는 민주노총 등 노동, 시민단체 회원 4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경찰은 13개 중대 9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해 만일의 충돌 사태에 대비할 계획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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