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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혹한 아픔 딛고…“음악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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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첼로 수석 김두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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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김두민(39)은 이른바 ‘스타’가 아니다. 하지만 경력을 꼼꼼히 들여다보노라면 만만치 않은 내공이 느껴진다. 현재 그는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의 첼로 수석이다. 독일의 시립 오케스트라 중에서 두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이 악단에서 2004년부터 첼로 파트를 이끌고 있다. 연주력과 성실함, 아울러 조화로운 인간관계까지 두루 갖추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그가 고국에서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전곡(5곡)을 연주한다. 24일과 31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김태형(33)과 함께하는 무대다.

돌이켜보자면 김두민은 한때 ‘첼로계의 신동’이었다. 예원학교에 다니던 1992년 이화경향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고, 곧이어 15세의 나이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해 정명화의 제자가 됐다. 어린 첼리스트는 스승과 전국 투어를 했고, 국내의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의 소식이 잦아들었다. 2000년 안네 소피 무터 재단의 후원을 받게 됐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또 감감무소식이었다. 지난 22일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만난 김두민은 그간의 일들을 털어놨다.

“1997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콩쿠르에 나갔다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어요. 과도한 연습 탓이었죠. 6개월간 아예 첼로를 잡지도 못했습니다. 재활 기간이 15년 걸렸다고 보시면 돼요. 별별 실험과 연구를 다 하면서 불편해진 몸에 적응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병원 치료도 받고 침도 맞고 뜸도 뜨고….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죠.”

재활을 하면서 김두민은 하노버국립음대와 쾰른국립음대를 차례로 마쳤다. 운명과 싸우는 시간은 혹독했고 “그만둘까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2000년 무터 재단의 후원은 그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였다.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악기 대여도 이뤄졌다. 김두민이 지금 사용하는 첼로 ‘장 밥티스트 뷔욤’은 무터 재단에서 받은 것이다.

“무터의 오디션을 받을 때 손가락 부상을 감췄죠. 연주자로서 치명적인 약점이니까요. 이젠 무터도 압니다. 제가 치열하게 재활해서 마침내 극복했다고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2004년에 뒤셀도르프 심포니에 입단할 때만 해도 손가락에 대한 두려움과 강박이 컸어요. 특히 처음 1년간의 수습기간에 흠을 잡히면 안되니까, 아, 지금 생각해봐도,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했죠. 컨디션 좋은 날은 괜찮았다가 또 어떤 날은 연주가 잘 안되다가….”

김두민은 그런 과정을 거쳐 첼로 수석으로 최종 임명됐고 그 무렵에 결혼했다. 독일의 공공 오케스트라는 이른바 ‘좋은 직장’이다. 대우도 좋고 시간적 여유도 많다. 아들 셋을 낳고 아내와 행복하게 살 것만 같았다. 한데 운명의 신은 가혹했다. 둘째에게서 선천적인 심장기형이 발견됐다. 아픈 아들을 힘겹게 돌보던 아내는 암으로 2015년 세상을 뜨고 말았다. 둘째마저 6개월 뒤에 엄마를 따라갔다. 김두민은 “다음달이 아내의 3주기”라고 했다.

지금 그는 뒤셀도르프에서 두 아들과 산다. 고국 연주회를 이틀 앞둔 상태에서도 “클라리넷을 공부하는 큰아이가 오늘 콩쿠르에 나갔는데”라면서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했다. 그렇게 자신과 가족의 삶을 추스르면서, 한때 ‘신동’으로 불렸던 김두민은 이제 중견 연주자로서 웅숭깊은 첼로 소리를 들려준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첼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증오한 적도 있고 그만두려 했던 적도 있죠. 하지만 첼로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좋습니다. 모순처럼 들릴지도 몰라요. 저한테 첼로는 그저 수단일 뿐입니다. 제가 거부할 수 없는 본질은 음악이죠. 이를테면 베토벤, 그의 전 생애가 담긴 첼로 소나타 다섯 곡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죠.”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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