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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뉴스분석]트럼프가 '시진핑 배후론' 꺼낸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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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2차 방중에서 무슨 일 있었나 보니

시 주석에게 "선 폐기, 후 보상 못받는다"

시 주석 호응 얻은 후 강경하게 돌아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잇달아 ‘중국 배후론’, 정확히는 ‘시진핑(習近平) 배후론’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시작전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항상 나의 친구"라고 밝혔던 시 주석에 대해 "시 주석은 세계 최고의 포커페이스 플레이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태도변화에 ‘시진핑 배후론’을 언급했다. [APㆍ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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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에 대해 강경 태도로 돌아서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난기류가 형성된 게 이달 초순 2차 시진핑-김정은 회담의 결과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17일에도 한차례 있었다. 과연 김정은의 다롄(大連) 방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롄 회동 전후의 움직임과 소식통들의 전언을 복기해 보면 ‘중국 배후론’의 배경은 트럼프 정부의 일괄 폐기 방식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맞닿아있다.

김정은이 다롄 방문에 나선 7일은 미국이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한 비가역적 비핵화(PVID)를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하던 시점이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다롄 회담은 김정은의 요청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중국 관변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시주석에게 ‘선 비핵화 후 보상’ 방식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미국의 방식대로는 따를 수 없다”며 단계적 해법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비핵화를 진행해 나가는 단계별로 북한의 조치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단계적 해법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2차 방중에서 단계적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더 분명히 밝혔다"며 “핵폐기가 완료돼야만 보상이 있다는 미국의 방식은 현실성이 없다고 보는 게 중국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단계적 해법에 대한 시 주석의 지지는 8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났다. 이날은 김 위원장이 북한으로 돌아간 당일이다. 시 주석은“쌍방이 단계를 나눠(分階段) 상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구적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제재가 느슨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 사람의 통화에선 미·중간의 견해 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입장차는 북·미 간의 차이인 동시에 미·중간의 차이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변화에 대해 뭔가 감을 잡았다면 이 통화가 계기가 됐을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제시한 방식(신속과감한 PVID, '선 폐기, 후 보상')에 대해 압박을 느낀 김정은이 시 주석과의 회동을 요청해 대응책을 상의했고, 그 이후 중국의 후원을 등에 업고 강경입장으로 선회하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의 성사와 북·미 담판을 통해 북핵 위기의 해법이 도출되기를 바라는 입장만큼은 중국도 명확하다. 베이징의 관변 소식통은 “북한이 대화의 장을 이탈하지 못하도록 다독이는 역할도 중국이 하고 있다”며 “김정은과 트럼프 양측 모두에게 대화에 의한 해결을 독려해왔다”고 말했다.

중국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으로 하여금 아르헨티나 방문을 마치고 워싱턴을 거쳐 귀국하도록 했다. 왕 부장은 트럼프 정부 인사들에게 모처럼 얻은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며 절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속전속결을 바라는 미국과 단계적 해법을 바라는 북한의 동의를 모두 이끌어내는 방안으로 ▶비핵화의 목표시점을 명확히 설정하고 ▶필요한 비핵화 조치의 단계를 최대한 압축하는 형태가 거론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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